한국에 밀리자…日 파나소닉 "K-배터리처럼" 벼락치기 투자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6.07 11:40
글자크기
한국에 밀리자…日 파나소닉 "K-배터리처럼" 벼락치기 투자


배터리 종주국으로 여겨졌던 일본이 '톱(Top) 3' 지위까지 내주는 등 체면을 구기자 뒤늦게 한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격적 증설에 나섰다. 일본 대표 배터리기업인 파나소닉이 '4680' 원통형 전지 생산 주도권만큼은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을 두고 한중일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7일 교도통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파나소닉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28 회계연도(2029년 3월 말)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최대 4배 수준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파나소닉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40~50GWh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IR을 통해 지난 5월부터 일본 파일럿 라인에서 대규모 시제품 양산이 가능했고, 최근 4680 배터리 시제품을 테슬라에 보냈으며 2023년 3월부터는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양산 제품은 일본 와카야마 공장에서 만들겠지만 추후 북미 공장에서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4680 배터리란 지름 46mm·길이 80mm의 전지를 뜻한다. 전지 크기를 키움으로써 기존 배터리 대비 5배 더 많은 에너지, 16%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파나소닉이 테슬라향 납품 물량 제조를 위해 현재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공장 부지를 물색중이라고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이미 미국 네바다주에 테슬라와의 합작법인 기가팩토리를 운영중인데 공장 추가 신설을 검토중이란 내용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투자에 보수적으로 알려졌던 파나소닉이 대규모 증설 계획과 함께 4680 원통형 전지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부동의 배터리 톱3'에서 밀려난 데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파나소닉은 2017년만 하더라도 9.9GWh를 기록, 시장 점유율 16.7%로 1위였었다. 점유율은 전체 시장 성장세와 함께 2019년 24.1%(28.1GWh)까지 올랐지만 점유율 순위는 CATL에 밀려 2위로 내려 앉았고 올해 4월 누적(1~4월)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BYD에 밀려 점유율 4위까지 내려 앉았다. 시장점유율은 10.8%(13.3GWh)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지키는 것마저 위태롭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파나소닉 측에 수 차례 증설을 요구했지만 이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사이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에서도 물량을 공급받았고 파나소닉은 점유율이 최근 몇 년 새 반토막까지 내려앉자 증설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잃지 않고 투자·증설에 적극 대응하며 완성차 업체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다짐과 동시에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다"며 "파나소닉이 특히 테슬라에 납품할 4680 배터리 공급 주도권은 뺏기지 않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미국 현지에 제3 합작공장 설립 발표까지 했고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까지 진출 중이다. 최근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기준 배터리 생산능력은 중국 CATL이 1032GWh,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778GWh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 반면 파나소닉은 228GWh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증설이 기본적으로 수주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파나소닉이 증설에 보수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다른 업체들에 비해 수주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이 테슬라, 폭스바겐, BMW, GM 등에,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GM 등에, SK온이 포드,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다임러 등에 골고루 중장기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데 비해 파나소닉의 주요 거래선은 테슬라, 토요타 정도로 거론된다.

한편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4680 배터리를 납품함으로써 테슬라의 첫 번째이자 최대 배터리 고객사로서의 지위만큼은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할 전망이다. 각형 배터리만 생산해오던 CATL도 최근 원통형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한중일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통형 전지 관련해서는 테슬라가 규격을 정하고 표준을 설정하는 등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테슬라 최대 공급사 파나소닉 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내로라 하는 원통형 전지 기업들도 누가 더 먼저 대형화된 원형 배터리를 생산해서 더 많이 테슬라에 납품할지 물밑에서 치열하게 경쟁중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