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후소에서 핵심은 '소'(素)입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소는 평범하고 담백한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은 화려하기보다 평범하고 소박하고 담백해야 합니다. 한발 더 나가면 영웅은 본래 모습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고, 어리석은 듯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매우 총명한 사람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 그의 회장 취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신입사원 채용비리 재판은 물론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문책경고까지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관례대로라면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들은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했습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김정태 전 회장이 전폭 지지했지만 함영주 회장의 이런저런 법적 흠결 때문에 그를 후임자로 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회장직에 오른 데는 이런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함영주 회장은 회사후소의 전형입니다. 그의 평범함, 소박함, 담백함과 그의 촌스러움이 난관을 뚫고 회장직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함영주 회장은 늘 스스로 '시골 촌놈'이라고 말합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집안이 어려워 상고에 들어갔고 은행에 들어간 후에야 야간대학에 다녔습니다. 입행 후에도 본점 주요 부서나 해외근무는 언감생심, 늘 야전 영업점을 전전했습니다. 금융권에서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귀족문화로 유명합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고졸의 서울은행 출신 함영주 회장은 늘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대한민국 금융사에서 회장이나 은행장에 오른 사람 중 함영주 회장처럼 겉으로 내세울 게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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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널리 드러나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므로 인정받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므로 공을 남기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므로 우두머리가 된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함영주 회장이 딱 이렇습니다. 당신이 리더가 되길 바란다면 참고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