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도 찜한 명당 '장군봉'..."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2022.03.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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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50雜s]

편집자주 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박정희 정권시절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세웠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1975년 인도차이나 반도의 잇따른 공산화와 북한의 장사정포 배치에 따른 위기감이 박정희 대통령으로 하여금 수도이전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는게 정설이다.

<박정희가 택한 '최고 명당'...세종청사에서 5km 거리>



1977년 서울특별시 연두순시에서 박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구상을 밝힌 이후 2년여에 걸쳐 건축 토목 도시계획은 물론 경제 사회 미술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의 전문가들이 동원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역개발연구소를 중심으로 행정수도 건설계획이 세워졌다.
장기지구 행정수도가 계획됐던 장군산 천태산 사이 일대 및 현재의 정부세종청사 장기지구 행정수도가 계획됐던 장군산 천태산 사이 일대 및 현재의 정부세종청사


'국토의 중심부에 있으며, 경상 전라 어느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서울에서 70~140km이내에 위치할 것'이라는 기준 아래 초기 10개 후보지역을 선정했다. 다시 천원 장기 논산지구 3개로 후보지가 압축됐다. 최종 낙점된 곳은 장기지구다. 제2차 석유파동으로 추진력이 약화되고, 박대통령이 세상을 뜨면서 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정희 구상의 유산은 후대로 이어져 결국 장기지구 부근에 사실상의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자치시가 건설됐다. 3대 지구 가운데 천원지구에는 독립기념관이 들어섰다. 논산지구에는 계룡대가 건설됐다. 어떤 정권, 어느 전문가가 골라도 결국 국가지대역사를 실행할 입지는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셈이다.

장기지구는 "북단에는 북동쪽에서 흘러 내려온 차령산맥 지령이 국사봉과 천태산을 형성하고 남으로는 금강이 500m의 강 너비를 유지하면서 장군봉을 돌아 흐르고 있고, 멀리는 계룡산이 솟아 있는" 천하의 명당이었다.
박정권의 행정수도 건설계획에는 '특수지구 계획'이 포함돼 있다. 당시 표현으로 대통령궁이다. 당시 공주군 장기면, 현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에 짓는 것으로 돼 있었다. "(대통령궁은) 주산이 되는 장군봉 기슭에 위치하여 공관 집무실 영빈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故손정목 '한국도시 60년의 이야기2').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도시기본구조계획(1978)'중 '대통령 관저지구 계획 부분에 따르면 장군산 지역에는 영빈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 관저는 천태산 우측, 대교천에 댐을 쌓아 만드는 인공호수 '송학호'를 끼고 건설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손정목씨가 말한 '장군봉 기슭'이란 천태산(해발394m)을 포함한 장군산(해발 354m)일대를 하나의 지역으로 보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0개 1차 후보지역, 3개 최종 후보지는 물론 대통령궁 입지를 선택할 때도 '당연히' 배산임수 좌청룡 우백호 등등을 감안해 결정한 최고의 명당이었다. 풍수지리를 신봉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세종시를 건설할 때도 정부기관은 물론 국회와 청와대까지 옮겨올 것을 염두에 두고 입지계획을 세웠고, 여전히 세종시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할 공간이 충분하다.
박정희대통령 당시 행정수도 후보지 장기지구에 예정된 대통령 관저 계획도/출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도시기본구조계획(1978)박정희대통령 당시 행정수도 후보지 장기지구에 예정된 대통령 관저 계획도/출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도시기본구조계획(1978)
<전셋방 빼듯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우선순위 급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제치고 청와대 이전이 최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광화문 시대'를 열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게 당선자의 공약이었지만, 경호 보안 필수시설 등의 문제 때문에 용산 국방부청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고 있고,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과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우선 순위로 볼 때 한참 뒤로 미뤄도 상관없는 일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이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당선인이 청와대로 들어갈 확률은 제로'라는 김은혜 당선인대변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취임 전'에 옮기겠다 혹은 청와대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게 목표가 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고, 이전 대상지에서 '난리'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궁궐을 옮기는 문제다. 전세방 빼는 것도 아니고 한달 반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공약을 했으니 옮기는 건 확실히 이행하되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적어도 몇십년은 쓸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게 후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윤당선자를 지지했든 안했든 5월 취임 이전에 집무실 옮기지 않는다고 탓할 사람 없을 것이다. 결단코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게 무속이니 뭐니 하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 들어가면서까지 해야 할 시급한 국정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행정부내 소통이 더 중요...세종시가 최적지>


광화문청사나 용산이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떠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대역사는 당연히 국민소통 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행정 효율성, 경제 사회적 의의 등 종합적인 메시지를 담아 추진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 상주하는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고 서울에는 제2집무실을 두는 방안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이유이다.

꼭 길거리에서 국민들과 악수하고 사진찍는 것만이 '소통'은 아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가장 중요한 소통은 행정부처와의 소통이다. 대통령 1인이 직접 국민과 만나서 할 수 있는 소통보다, 일선에서 대민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이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채근하고 격려하는게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소통이다.

정부 부처 직원들은 대부분 세종에 있고 행정수반인 대통령만 덩그러니 서울에 있음으로써 어떤 비효율과 불통이 일어나는지 십 수년간 목격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할 때 비로소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의 기능은 화룡점정이 이뤄지게 된다. 국회도 '분원'이 아니라 본원이 세종으로 이전함으로써 비로소 당초 행정수도 이전이 꾀하고자 했던 국토균형발전의 토대가 마련되고, 대한민국이 비대한 서울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 발전과 비효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국대전' 대못 뽑기, '충청의 아들'이 하면...>

물론 대통령 집무실을 '수도 서울'에서 행정복합도시 세종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뽑아야 할 대못이 있다.
"경국대전에는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해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법상 분명히 하였다.." 2004년 노무현정부의 행정수도 특별법을 좌초시킨 헌법재판소의 '경국대전' 판결이다.
보수일색 헌법재판관들이 1470년(성종 2년) 반포된 조선의 경국대전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을 수 있다며 '위헌'딱지를 붙였다.
현 정부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보수야당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밀어부쳐 될 일은 아니었다.
윤당선자 부친 고향인 논산은 세종시 바로 옆이다. '충청의 아들'로 자처해온 윤 당선자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용산 안'보다 정치적으로 나쁜 선택도 아니다.
윤당선인의 당선에 공로가 큰 5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비롯한 국민의 힘 충청권 의원들은 당연히 대환영 일 것이다.

위헌판결을 받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아닌 새 법률을 국회에서 제정해 세종시에 수도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에 두도록 하는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물론 또다시 위헌심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보수정권을 복원시킨 윤석열 정부가 '행정수도 프로젝트 완결'을 추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헌재가 2004년 위헌판결을 하면서 수도이전 사항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고 대못을 박았기 때문에 아예 개헌을 통해 헌법에 관련 명문규정을 넣는게 가장 확실하다. 문재인대통령은 2018년 이미 이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한 상태다.
문재인표 개헌안이라 찜찜할까.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화합 통합 실용 정부라면 개의치 말아야 한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겠다는 윤당선인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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