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구글 실적 명암 가른건 애플?…메타 시총 301조원 '증발'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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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TT 정책에 광고 매출 100억달러 타격 전망…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 랩' 지난해 손실만 12조원…
주가 26% 폭락에 저커버크 CEO 10대 부자 자리 반납

/사진=AFP/사진=AFP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전날 나온 '어닝쇼크'에 주가가 26%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하루새 30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 여파로 메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크는 세계 부호 10위권에서 밀려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일 뉴욕증시에서 메타 주가는 전일 대비 26.39% 폭락한 237.76달러로 마감, 시가총액 2513억달러(약 301조3338억원)가 증발했다. 사라진 메타의 시총 규모는 미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시총 손실액이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편입된 기업 중 32번째로 규모가 큰 오라클의 시총과 맞먹는다.



메타의 지분 13%가량을 보유한 저커버그 CEO의 자산가치도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의 자산가치는 이날 310억달러 가량이 없어졌다. 전일 장 마감 기준 1206억달러였던 그의 재산은 920억달러까지 내려앉아 2015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세계 10대 부호 자리에서 물러났다.

CNBC는 "저커버그 CEO의 이번 손실액은 지난해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식 처분 트위터 설문조사 이후 잃은 35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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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치이고 애플에 허찔린 메타…메타버스 사업 적자 여전
주요 외신은 전날 발표된 메타의 분기별 실적보고가 이번 주가 폭락의 시작이었다며 △경쟁자 틱톡 등장으로 인한 활성 이용자 수 증가세 중단 △애플 개인정보보호정책 변경에 따른 광고 매출 타격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메타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전날 분기별 실적보고에서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일일 활성이용자 수가 19억30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19억5000만명을 밑도는 동시에 전분기 대비 약 50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앞서 미국 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줄어든 적은 있지만, 세계 일일 활성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은 메타 18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의 성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해 4월 도입된 애플의 '앱(애플리케이션) 추적 투명성'(ATT) 정책도 메타의 미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ATT 정책으로 올해 광고 매출 손실액이 100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상당한 역풍"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ATT 정책은 앱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앱 사용자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던 '옵트아웃'(Opt-out) 방식의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동의 표시를 한 사용자만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사명까지 바꾸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 랩'의 계속된 적자도 우려 대상이다. 지난해 4분기 메타 리얼리티 랩의 매출은 8억7700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순손실은 33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미래 먹거리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아데베츠' 사업의 순손실 14억5000만달러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손실은 101억9000만달러로 전년의 66억2000만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CNBC는 "리얼리티 랩만 없었다면, 메타는 지난해 56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이라며 "저커버그 CEO가 리얼리티 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라 관련 손실을 올해 더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의 더글라스 앤머스 분석가는 "메타는 광고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과 여부가) 불확실한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메타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AFP/사진=AFP
한편 메타의 주가가 '어닝 쇼크'로 곤두박질치는 사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굳건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주가는 메타 폭락세발 나스닥지수 하락해 전일 대비 3.32%가 빠진 2861.80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기록적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7거래일 동안 알파벳 주가는 9.39% 오른 반면 메타 주가는 22.98%가 폭락했다.

CNBC는 "메타가 사상 최대의 주가 하락을 겪는 사이 알파벳은 여전히 기록적인 주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차이점을 만들어낸 것은 '애플'"이라며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변경한 지난해부터 두 회사의 주가가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자체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없어 애플과 구글에 의존하는 메타가 애플의 ATT 정책 도입으로 개인정보수집 경로가 막히면서 고객 맞춤형 광고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체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알파벳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알파벳은 구글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되는 데이터로 사용자들의 취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애플에 지불해 애플 자체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 구글 검색 엔진을 쓰도록 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애플에 150억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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