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쏜다"했는데…국회서 '수소법' 발목잡힌 이유, 뭔가 보니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1.12.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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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 제공) 2021.9.27/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 제공) 2021.9.27/뉴스1


"수소경제에 대한 거품이 좀 많이 끼어있는 것 같다. 그린수소라는 정의가 분명히 있는데 (청정수소 정의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한다고 하면 수소의 청정성을 좀 많이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11월 23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린수소를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나 생산은 실제로 2030년대 중반 이후로 본격적으로 (가능한데) 지금 그린수소만을 상정해서 규정을 도입하면 너무 시기를 뛰어 넘어서 앞서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EU(유럽연합)도 블루수소를 포함해서 클린수소를 정의하고 있다."(11월 23일,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환경정책인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이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초기 수소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청정수소의 범위에 그린수소 외에 블루수소까지 포함시킬지 여부 등을 놓고 정부와 일부 의원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그린수소는 물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사용해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론상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완전한 청정수소에 해당한다. 블루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을 활용해 처리한 것을 뜻한다. 한편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산업 공정 등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 LNG(액화천연가스) 등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추출수소를 포괄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SK, 포스코 등 16개 회사가 모여 수소경제 전환을 추진하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국회에 계류된 수소법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수소법 개정안 처리일정을 앞당겨야 당초 계획된 43조원 규모의 투자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소법 개정안은 청정수소의 정의 및 인증제도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CHPS는 현행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떼어내 별도 의무구매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의무 부과를 통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수소경제 초기수요를 창출하고 청정수소 사용을 독려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기술개발·설비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는 지난 1일 소위원회를 열고 송갑석, 정태호 의원 등이 각자 대표발의한 수소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시간 부족으로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7월과 11월에 이어 세번째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23일 소위원회에서 "지금 쓰는 것은 대부분 그레이수소 아니면 부생수소 두 가지가 대부분이라 수소를 할수록 (에너지 생산) 효율은 떨어지는데 이산화탄소는 마찬가지로 나온다는 얘기"라며 "그린수소라는 정의가 분명히 있는데 (청정수소가 아닌) 그린수소를 하는게 맞고, (청정수소) 정의를 시행령에 위임을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청정수소의 정의에 대해 가장 엄격한 수준의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그린수소만으로는 초기 시장 개화에 필요한 수소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청정수소의 정의에 블루수소를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기영 산업부 차관은 "그린수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린수소 생산은 실제로 2030년대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가능해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되고 난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탄소중립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서 중간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 수소혼소 등의 역할을 수소법에서 규정하지 않으면 필요기술이 사장되고 중간에 탄소중립이행을 스무스(부드럽게)하게 할 수가 없다"며 "EU의 경우도 블루수소를 포함해 클린수소를 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원자력발전 문제까지 수소법 개정안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양이 의원은 당시 소위원회에서 "핑크수소(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로 만드는 수소)에 대해 아느냐"며 "이산화탄소만 적게 나오면 청정수소라고 한다는데 원전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경우에는 그건 깨끗한 수소인가"라고 정부 측에 물었다. 현 개정안에서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청정수소를 규정한 것에 대해 원자력발전이 수소생산에 활용될 수 있음을 경계한 질문이다. 이에 박 차관은 "그 부분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수소경제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진 청정수소에 포함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블루수소 관련 투자를 시작하기 어려워서다.

H2 비즈니스 서밋 측은 "수소법 개정이 더 미뤄지고 제도의 시행이 불투명해진다면 기업들의 수소경제 투자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필연적으로 우리나라 수소경제 선도 전략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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