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공천을 한다"고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공격을 받아온 국민의힘의 실제 4·10 총선 지역구 공천 결과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 후보자는 총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8일 경기 용인시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당초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30명 이상의 검사를 공천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실제 확인된 수치는 이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공천을 받은 지역도 대부분 여당 입장에서 양지보다는 도전지에 가까운 곳들이다.
이들 8명 중 2명만이 경선을 거쳤다. 수원지검 2차장, 대전고검 등을 거친 박경호 후보는 경선을 통해 대전 대덕구 후보가 됐다. 이 지역은 현재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대전지검 검사 출신 조수연 후보가 출마하는 대전 서구갑도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심재돈 후보가 출마하는 인천 동구·미추홀구갑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지역구로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충주지청장 출신 정필재 후보가 출마하는 경기 시흥시갑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의석을 빼앗겼다.
검사 출신 중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공천된 후보는 2명 뿐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후보는 부산 해운대구갑에,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후보가 경기 용인시갑에 공천을 받았다. 다만 용인시갑은 지난 세 차례 연속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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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민의힘이 검사 출신 '신인'들을 대거 공천하지 않고 공천자 중에서도 대다수를 도전지에 보낸 것은 '무더기 검사 공천을 할 것'이란 야권의 견제를 지속적으로 받아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스템 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공격에 휘말리지 않고 잡음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원모 후보가 당초 여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구을에 공천을 신청하자 그를 재배치했다.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은 아예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검사 재직 중 총선 출마를 시사해 물의를 일으킨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 피의자와 부적절한 식사 모임을 한 의혹이 있는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도 컷오프(공천배제)됐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자. 가나다순. /그래픽=임종철
한편 검사 공천과 관련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아 온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주당 공천에 대한 역공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전북 전주시을 민주당 후보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천됐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현직 검사의 출마와 관련한) 공천 상황이 국민의힘에도 있었고 민주당에도 있었다. 두 당이 그 사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봐주기 바란다"며 "우리는 경선에도 올리지 않고 컷(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검사장은 검찰에 있을 때부터 민주당에 유리하게 움직인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을 컷하지 않고 공천한다? 이것이 검사 독재고 검찰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