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교체', 롯데 '재신임'…실적과 반대로 가는 제과 톱2 인사, 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12.05 06:00
글자크기
오리온 '교체', 롯데 '재신임'…실적과 반대로 가는 제과 톱2 인사, 왜?


제과업계 양강인 오리온 (92,700원 ▼200 -0.22%)롯데제과 (137,700원 ▲3,700 +2.76%)가 서로 실적과 엇갈린 인사를 내 눈길을 끈다. 제과업계 1위를 수성한 오리온은 국내법인 수장을 교체한 반면 1위 탈환에 실패한 롯데제과는 그룹장이 직접 관리하도록 하며 사실상 재신임을 했기 때문이다. 시장 확대에 대한 목표는 동일하지만 각사의 상황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兼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이영구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兼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이영구
실적 좋은 오리온 인사 태풍, 1위 탈환 실패한 롯데는 미풍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은 롯데제과를 제치고 제과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역대 최대 매출인 2조2298억원을 올려, 2조760억원을 기록한 롯데제과를 넘어섰다. 이런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누적 오리온은 1조7290억원으로 롯데제과의 1조5968억원을 앞서고 있다. 2019년에는 롯데제과가 2조929억원으로 2조232억원을 기록한 오리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수익성에서도 오리온이 앞선다.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761억원으로 롯데제과의 1125억원의 3배를 넘어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분기 누적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2711억원으로, 956억원을 기록한 롯데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양사의 상반된 가격정책과도 엇갈린 실적이다. 롯데제과는 여타 제과업계와 마찬가지로 평균 12.2%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반면 오리온은 또 한번 가격을 동결했다. 2013년 인상 후 8년째 동결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사는 실적과 반대로 단행됐다. 오리온은 6년간 회사를 이끈 이경재 전 오리온 대표를 물리고 지난 1일 후임으로 이승준 글로벌연구소장을 신임 대표로 확정했다. 이 대표 외에도 임원 상당수가 교체되는 등 대폭 인사가 단행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민명기 대표이사를 고문으로 물리면서도 이영구 식품BU(비즈니스 유닛, 사업부문) 대표를 식품HQ(헤드쿼터, 산업군) 대표로 전환하면서 롯데제과를 직접 지휘하도록 했다. 식품총괄대표로서 직접경영을 통해 성과를 내달라는 일종의 재신임이 이뤄진 셈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친 지난해 인사에 비하면 미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승준 오리온 한국법인 사장/사진= 오리온이승준 오리온 한국법인 사장/사진= 오리온
오리온 '히트상품 개발총력', 롯데제과 '식품군 시너지 초점'

오리온의 인사는 영업 중심에서 연구개발(R&D)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전임 이경재 대표는 1977년 입사한 고졸 출신 영업통으로 베트남 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초코파이 신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반면 이승준 대표는 오리온 히트상품 출시를 이끌었다. 식품개발 전문가로 상품개발팀장, 중국 법인 R&D부문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글로벌연구소장을 맡아왔다. 오리온의 신흥 효자 꼬북칩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전임 이경재 대표를 통해 해외시장 안정화에 주력했다면 이번엔 신제품 개발로 밸류업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오리온의 해외 실적을 이끌고 있는 중국법인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재신 부사장은 해외법인에서 생산과 R&D를 두루 거쳤다. 전무에서 승진한 김 부사장은 베트남법인 연구소장을 거치면서 쌀과자 '안', 양산빵 '쎄봉' 등을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롯데제과는 이영구 식품HQ 총괄대표가 직접 지휘한다. 이 총괄대표는 1987년 롯데칠성음료로 입사해 2017년 대표까지 오른 그룹 식품업종의 맏형이다. 지난해까지 음료와 주류 통합 대표로 재직하다 올해부터 식품BU 대표와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겸했다.

이 총괄대표의 최종목표는 빼앗긴 제과업계 1위 탈환이다. 그는 올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의 실적개선을 이뤄냈고 롯데GRS의 적자폭을 줄이는 등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롯데제과를 직접 지휘하면서 식품산업군의 시너지를 주도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의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식품업계의 주요 관심사"라며 "엇갈린 제과업계 양강의 인사바람이 내년 실적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