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90만원 받는다고 종부세, 내가 2% 부자냐"…63세의 호소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1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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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도심에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달 29일 서울 도심에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인가요?"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된 가운데 월세 수입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 60대 은퇴자의 불만 섞인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공개됐다. 만 63세 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비싼 것 안 먹고 비싼 옷 안 입고, 늘 절약이 몸에 밸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다"며 "노후를 생각해서 두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악착같이 모으고 또 모아 경기도 용인시 쪽에 겨우 집 두 채를 장만해 놓고 나니 어느덧 할머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는 집은 3~4년 전 주택연금을 신청해 월 81만원을 받고 있다"며 "나머지 한 채에서 받는 월세 90만원을 보태고, 우리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 100만원을 포함해 약 270만원으로 한달을 꾸려 가고 있다. 넉넉하진 않지만 두 늙은이의 병원비로 쓰고 손주 간식 정도는 사주면서 나름 잘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런데 지난해에는 월세가 수입이라면서 소득세를 내라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국민의 2%에만 해당된다는 종부세를 110만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날아왔다"며 "집 두 채라고 해 봐야 합해서 공시지가 8억2000만원이다. 이것도 올해 갑자기 집값이 오르면서 양쪽 집을 합해 3억원 이상 오른 거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5억원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소득도 없는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재산세에 소득세, 이제는 종부세까지 내라고 하냐"며 "전세 20억~30억 사는 사람들은 세입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안 낸다. 제가 국민 부유층 2% 맞냐"고 반문했다.

A씨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열심히 산 게 죄인가"라며 "나이가 젊어서 일하고 벌어서 내면 억울하다는 생각은 덜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식당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면접 자체를 거절당하는 나이가 됐는데 어디서 돈을 벌어서 이 세금, 저 세금을 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씨는 종부세 부담을 해결할 방법은 '이혼' 또는 '월세 인상'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법이 있더라. 두 늙은이가 집 한 채씩 나눠 갖고 이혼하면 깨끗하게 해결되겠더라"며 "국가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 파탄을 야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할 수도 없는 나이라 돈 나올 데라고는 집세밖에 없으니 월세를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저도 젊을 때 방 한 칸 셋방살이부터 시작해서 세입자들 심정을 잘 안다. 6년간 세를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어쩔수 없다. 결국 불쌍한 세입자만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세입자는 어디에 하소연하라고 할 거냐"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국민 2% 안에 있다는 건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고 촉구했다. 이 청원은 1일 오전 10시 기준 27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앞서 지난달 22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이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납세의무자는 지난 6월1일 기준 소유한 주택 또는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자산별 공제액을 초과하는 사람이다. 주택은 공시가격 6억원(1주택자는 11억원)을 초과하면 과세대상이다.



대상자는 전년 대비 28만명이 증가한 94만7000명이며 그중 개인이 88만5000명, 법인이 6만2000명이다. 고지 세액은 3조9000억원이 늘어 5조7000억원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35만5000명이 9000억원을 부담했는데, 올해는 48만5000명이 2조7000억원을 부담한다. 1인당 평균 부담 세액은 지난해 254만원에서 올해 약 557만원으로 2.2배가량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대부분은 법인과 다주택자가 부담하며 국민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준은 임대시장의 수요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증가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또 임대차 시장 안정과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 등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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