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전환 시대를 향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외침

머니투데이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2021.11.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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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 사태로 대변되는 신종 감염병,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미·중 기술 패권전쟁 등이 최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언뜻 다른 이슈들로 보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모두 함께 풀어야 할 지구촌 난제들이다. 국내에선 재앙이라 부를만한 급속한 인구감소와 양극화 현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손꼽히는 이슈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대전환의 시대가 열렸다. 성장동력 상실, 4차 산업혁명, 인구문제, 기후변화, 코로나 등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대다. 지금 불어닥친 위기들은 과학기술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경제와 산업에 던져진 숙제들도 결국 과학기술로 풀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은 과학기술에 기반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의 각축과 국제 질서 개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전환에 대처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가 과학기술 전쟁에 나서고, 국가의 생존을 고민하는 시점에도 우리는 모든 과학 이슈를 정치화하기 바쁘다.

과거엔 국가 미래의 중요한 변수가 주변국과의 정치·외교적 관계인 지정학적 요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이 아닌 기술 패권이 더 중요한 인자가 됐다. 우리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제품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을 목도하고 있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발 빠르게 과학 관련 조직과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 패권경쟁의 중심에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과학기술정책국(OSTP)의 내각 수준 격상과 혁신경제법(USICA) 제정을 통해 과학기술정책 리더십과 주요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총 투입함으로써 2035년 미국경제 추월과 중국몽 실현 등 세계 패권을 꿈꾸고 있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상 겸 우주과학기술담당상을 신설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을 연계한 정부조직을 구축했다. 유럽은 탄소국경세(BCAM), 의료수출규제 등 다양한 기술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국제 질서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계의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왔던 추격형 전략(Fast follower)의 성공 방정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도형 전략(First mover)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시 선진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을 가장 심각히 해야 할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미래 비전에 과학기술은 온데간데없다. 이것이 이달 1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포함한 주요 6개 과학기술단체가 뜻을 모아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 확립을 요구한다'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배경이다.


과학기술계는 대선과 맞물린 대전환의 이 시기가 과학기술로 국가가 처한 위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이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느냐 쇠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다.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런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지적하고 대선 주자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구한말에 버금가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우리나라가 올바른 길로 들어서기 위해선 정치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위기를 헤쳐나갈 각론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선택지는 별로 없다. 유일한 선택이 되어야 할 과학기술 중심국가로의 전환이 구호에 그쳐서는 우리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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