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있다는 휴게소 가봤더니…"1시간20분 대기…그래도 넣으면 다행"

머니투데이 안성(경기)=정한결 기자 2021.11.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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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경기 안성휴게소에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정한결 기자.8일 오후 경기 안성휴게소에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정한결 기자.


"3000리터 들어왔는데 오늘 하루면 동나요."
"예. 저희 품절됐습니다. 찌꺼기만 남았어요."
"비상용 50리터 남았는데..."

중국발 수출 규제로 인한 요소수 대란이 거듭 심해지고 있다. 소매는 물론 벌크로 들어오는 도매까지 공급이 멈추는 상황이다. 전국휴게소 주유소 현장 관계자들은 "요소수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오면 순식간에 동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오후 찾은 경기도 안성휴게소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화물트럭들이 줄을 섰다. 이들의 종착지는 출구 쪽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엑스오일 주유소. 요즘 구하기도 어렵다는 요소수 10리터(ℓ)를 얻기 위해 수십대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유소 앞에는 휴게소를 나가려는 승용차량들과 화물차량들의 혼선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화물차 이동을 통제하던 직원 A씨는 요소수 관련 질문을 하자 "난리도 아니다, 난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안성휴게소는 당초 전국서 가장 화물차가 많이 방문하는 휴게소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요소수 공급난으로 방문 화물차량은 더욱 늘었고, 현장에서는 디젤 승용차까지 눈에 띄었다. 이들의 대기 시간은 최소 1시간 20분. 화물차 한 대가 요소수를 포함해 연료까지 채우려면 최소 20분씩 걸리기 때문이다.

8일 오후 경기 안성휴게소에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정한결 기자.8일 오후 경기 안성휴게소에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정한결 기자.
안성 엑스오일 주유소 관리를 맡은 조원준씨는 "원래 지난주에 5000ℓ 계약을 했으나 오늘 3000ℓ만 들어왔다"며 "오늘부터 10ℓ씩 제한 판매를 하는데 하루 안에 동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000ℓ는 기약이 없다. 평소에는 계약하면 언제 오겠다고 예고하고 정시에 찾아왔지만, 이날 불시방문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다음에는 언제 올지 모른다"는 말과 함께 떠났다.


조씨는 "롯데정밀화학이 전체의 50%를 담당했는데 그곳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니 당연히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에도 300~400통씩 문의전화가 오는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국에서 규모가 큰 대형주유소도 이정도인데 주위 소형 주유소는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차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대형휴게소 위주로 공급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허덕인다는 설명이다.

8일 오후 경북 칠곡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서있다. /사진=정한결 기자.8일 오후 경북 칠곡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서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경북 칠곡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유소 입구에는 "요소수 품절"이라는 플래카드가 두개나 놓였다. 주유소 방문 당시인 오후 5시쯤에는 화물차들이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한차례 지나갔다고 전했다.



정우식 칠곡휴게소 엑스오일 주유소 총무는 "지난 3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요소수가 아예 없었다"며 "오늘 아침 9시에 1000ℓ가 보급됐지만 오후 3시쯤 6시간 만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대기줄이 길어 입구에서 (고속)도로까지 밀리니까 사고 위험도 있어 걱정됐다"며 "요소수 들어오는 날은 솔직히 겁난다"고 말했다. 칠곡서도 계약물량보다 적은 요소수가 납품됐다. 당초 지난 1일 2000리터를 계약했지만 일주일 뒤인 8일 그 절반인 1000ℓ만 들어왔다. 나머지 1000ℓ는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납품업체도 모른다.

정 총무는 "업계 내에서는 당초 10월 중순부터 소매 공급이 힘들어지고 1월 초에 벌크도 공급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그러나 이보다 훨씬 빠른 11월에 벌크 공급난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청도휴게소에 위치한 SK주유소도 곳곳마다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었다. 혹시나 화물차가 주유소서 멈출 것을 대비해 비상용 50ℓ만 남겼다.

주유소 관계자는 "오늘도 화물차 한 대가 요소수가 없어 멈췄기에 비상용을 빼서 줬다"며 "화물차만 하루 500대 오는데 오늘 들어온 1000ℓ도 금새 팔렸다"고 밝혔다. 이어 "1주일에 한 번 (요소수) 배차가 될지 안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찾은 청도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공지가 붙었다. /사진=정한결 기자8일 오후 찾은 청도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공지가 붙었다.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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