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kg, 뼈밖에 없던 유기견 '땅콩이'가…요렇게 예뻐졌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1.11.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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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다섯번째, 땅콩이]신혼부부가 임보하다 평생 가족으로…"땅콩이가 복 받은 게 아니라, 땅콩이로 인해 저희가 복 받았어요"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렇게 버려진 존재들에게도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그리 행복한 새 삶을 살길 바라며.

스튜디오 사진을 촬영한 땅콩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스튜디오 사진을 촬영한 땅콩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땅콩아, 바람 쐬니까 좋아?"

2019년 봄, 밀양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온 땅콩이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땅콩이를 데려가던 이는 신혼부부였다.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하는 거였다.

두 사람은 땅콩이가 차에서 헥헥거리는 걸 보고 창문을 살짝 열어줬다.



보호소에 있을 때 땅콩이의 모습. 무표정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보호소에 있을 때 땅콩이의 모습. 무표정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살랑살랑대던 봄바람을 맞은 땅콩이는 기분이 좋은듯 활짝 웃었다. 바깥에서 나는 수많은 냄새들이 신기했는지, 이리 시원한 바람이 처음이었던 건지. 밀양시 보호소에선 그렇게 무표정하던 아이가, 고작 창문 틈새 바람에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웃는 걸 보고, 보호자들은 울컥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창문을 살짝 열어주니 활짝 웃었던 땅콩이./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창문을 살짝 열어주니 활짝 웃었던 땅콩이./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정말 내가 널 임보하는 동안엔 큰 사랑을 줄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많이 놀러다니자.'



임보하다 평생 가족으로…"표정부터 달라졌어요"
해맑게 웃는 땅콩이.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해맑게 웃는 땅콩이.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사진=땅콩이 보호자님(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땅콩이를 임보하게 된 건 눈에 자꾸 아른거려서였다. 우연히 유기견 단체 카페에서 땅콩이 사진을 본 뒤, 자꾸만 생각났다. 땅콩이가 미용을 한 뒤 버려진 것 같다고 했다.

임보하기로 결정한 날, 땅콩이를 데리러 갔다. 녀석은 생각보다 더 작고 말랐었다. 강아지가 처음인 보호자가 어찌 안아줘야할지 망설이니, 땅콩이가 먼저 다가와 얼굴을 핥고 꼬릴 흔들었다.

처음 산책하던 날은 잘 걷지 못해 품에 안은 채 공원을 몇 바퀴 돌았지만, 몇 번 반복하니 리드줄만 들어도 문 앞에서 좋다며 꼬릴 흔들었다.


"엄마, 저는 사과쥬스요." 땅콩이가 손을 번쩍./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엄마, 저는 사과쥬스요." 땅콩이가 손을 번쩍./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임보하는 두 달 동안 땅콩이는 표정부터 달라졌다. 달라진 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땅콩이가 집에 온 뒤, 원래 대화가 많았던 부부는 땅콩이 얘기에 이야기 꽃을 더 활짝 피웠다. 땅콩이 엄마 보호자는 "공원도 안 갔었는데 땅콩이 덕분에, 매일 밤 한 손에는 땅콩이를, 다른 한 손에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산책을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임보 두 달이 지난 뒤, 땅콩이는 부부의 평생 가족이 됐다.

많이 말랐었던 땅콩이가, '2.3kg→4.5kg' 건강한 아이로
땅콩이 스튜디오 사진./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땅콩이 스튜디오 사진./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땅콩이가 가족이 된 뒤 2년이 넘는 동안 많은 추억이 생겼다.

부부와 땅콩이는 함께 제주도도 가고, 캠핑이 취미라 애견캠핑장도 갔다. 땅콩이는 친구들 놀 때 혼자만 가을을 즐기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식탐 대마왕으로 거듭나기도 하며, 아침 응가를 하러 1시간씩 산책을 하기도 한다.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뼈 밖에 없었던 땅콩이는, 부부와 함께하는 동안 건강한 아이로 변했다. 함께한지 이미 1년 반만에 몸무게가 2.3킬로에서 4.5킬로로 늘었다.
땅콩이처럼 밀양시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던 쁘띠. 땅콩이 보호자가 임보해, 새 가족을 찾아줬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땅콩이처럼 밀양시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던 쁘띠. 땅콩이 보호자가 임보해, 새 가족을 찾아줬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부부에게 생긴 또 다른 변화는, 땅콩이와 같은 친구들을 더 애정담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단 것이다. 밀양 보호소에 있던 쁘띠라는 친구를 또 임보해 평생 가족을 찾아줬고, 올림픽대로 한가운데 피흘리며 앉아 있던 여름이를 구조해 새 가족과 새 삶을 살게 해줬다. 땅콩이 엄마 보호자는 "어쩌면 땅콩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용기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땅콩이가 운전대를 잡았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오늘은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땅콩이가 운전대를 잡았다./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늘 사람들이 저희 부부에게 말을 합니다. 땅콩이는 정말 복 받았다고요. 그러면 저희 부부는 늘 다시 말해요. 땅콩이로 인해 저희가 복 받았다고요."
땅콩이 씐나! 땅콩아, 행복하렴./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땅콩이 씐나! 땅콩아, 행복하렴./사진=땅콩이 보호자님 (인스타그램 @peanut_ddangkongs)
예쁜 땅콩이의 사진을 더 보실 분은 땅콩이 인스타그램(@peanut_ddangkongs)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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