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달라" 故 노태우, 입체적 평가 받는 결정적 차이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21.10.29 05:05
글자크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가 '국가장'으로 결정됐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군사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처벌받고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 당한 인물의 장례를 국가가 국민세금으로 치러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청와대나 정부여당에선 국가장 집행의 배경을 설명하며 "전두환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어떤 의미일까.



80년대 민주화 주역 "안돼"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유족과 대화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유족과 대화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논란이 뜨거운 쪽은 보수야당보다는 여권과 진보성향의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1980년대 민주화에 참여한 의원을 중심으로 국가장 결정에 반발이 터져나왔다.

윤건영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인적으로 (국가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군사쿠데타와 그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수많은 분이 있지 않나"며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이 가족장을 강하게 요청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그는 다만 "장례는 국가장으로 하고 묘지는 국립묘지가 아닌 파주를 선택한 것은, 일종의 절충안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앞서 27일 "국가장은 아직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공과에 대한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12·12 쿠데타에 연루된 것은 사실"이라며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희생자들이 많은 광주가 다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정상참작'은 가능하겠지만 정상참작 사유가 원칙을 넘어설 정도여선 안 된다고 국가장 결정을 비판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태우 국가장 반대합니다, '내란수괴 노태우의 국가장 취소를 청원합니다' 등의 제목의 청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와대 "전두환은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성남=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위해 28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성남=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위해 28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그럼에도 국가장을 결정한 데엔 청와대와 정부, 특히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국민 의견, 현행 법률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5.18 단체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이 국가장까지 꼭 했어야 했느냐며 반대하는 데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그런 거 아니냐는데 저희가 대선을 고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민묘지 안장이나 이런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본인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5.18(묘지)도 찾아서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고인과 전 전 대통령은 역사적 '과오' 측면에선 비슷하더라도 그 이후 보여준 사회적 책임감 여부, 사과 의사가 있었는지, 이를 실천했는지는 달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가장으로 한다고 해서 (노태우) 이 분에 대한 역사적 또는 국민적 평가가 끝났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도 고인의 공과에 대한 입체적 평가가 가능한 점, 자녀를 통해서라도 사과 의사를 밝혀온 점은 인정했다.

국장과 국민장→ 2014년 국가장으로 통합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 정부는 국가장을 결정했다. 2021.10.28/뉴스1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 정부는 국가장을 결정했다. 2021.10.28/뉴스1
우상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 광주 5·18 묘역을 두 번이나 방문(해 사과)했을 때 사실은 '선친께서도 같은 뜻이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며 "인간으로서의 그런 마지막 그런 태도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 의원도 고인의 마지막을 예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기회에 국가장 치르는 방법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우가 박탈된 전직 대통령이 더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7년 제정한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로 전액부담해 최장 9일간 치르는 국장, △국고로 일부만 부담해 7일 내에 치르는 국민장을 나누고 있었다.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장', 최규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을 각각 치렀다.

그러다 2014년 법개정을 통해 이런 종류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통합했다. 개정 이듬해인 2015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첫 '국가장'의 대상이 됐다.

이철희 수석은 "등급이라고 할 건 아닙니다만, 국가장, 사회장 이렇게 나누어주면 좋다"며 "그게 없이 하나로만 딱 돼 있으니까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 그건 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28일 빈소를 조문했다. 장례는 30일까지 치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