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타이틀 하나 추가요!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10.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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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


낡은 것과 옛 것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낡은 것엔 고유의 정취가 묻어나고, 옛 것엔 오랜 날의 기품이 묻어난다. 낡은 것의 정취와 옛 것의 기품을 하나로 어우르기란 클레어 데인즈가 올리비아 핫세의 줄리엣을 아름답게 환생시킨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정취와 기품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노래를 만났다. 임영웅의 목소리로 다시 불려진 이문세 원곡의 '사랑은 늘 도망가'다.

임영웅은 최근 KBS2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의 OST로 '사랑은 늘 도망가'를 리메이크해 발매했다. 과거 이문세가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고, 로이킴, 파랑자몽, 김양 등에 의해 여러 번 재탄생했던 곡이다. 한 노래가 여러 가수에 의해 다시 불리고 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면 그 곡을 '명곡'이라고 부른다. '사랑은 늘 도망가'는 명곡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듣긴 좋으나 부르긴 어려운 노래다. 더욱이 이문세라는 가수가 지닌 명성은 '감히'라는 전제마저 따라붙어 부담감은 물론 소화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
그런데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는 청자들의 칭찬 둘레길에서 잔뜩 꽃을 피운 모습이다. 가요계에서 오랜만에 OST로 음원차트 1위는 물론이고, "감명과 위로를 받았다"는 감상평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한 곡으로 'OST 신흥강자'란 새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문세는 록과 포크송을 오가면서 특유의 담백함과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전설의 가수다. '사랑은 늘 도망가' 역시 그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이 짙은 여운을 남기는 노래다. 반면 임영웅은 트로트를 구사하는 가수로서 간드러지는 기교가 주 특징이다. 그래서 이 노래를 임영웅이 다시 불렀다고 했을 때 기대보단 걱정의 마음이 들었다. 실제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들도 포크나 록을 하던 가수들이었고, 장르적으로 봤을 때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의문은 첫 소절에서부터 해소됐다. 임영웅은 트로트 이전에 발라드를 불렀던 가수였고, 곡마다 완급조절이 뛰어난 보컬리스트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했다. 담백하고도 굴곡있게 뻗어 나간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는 원곡이 지닌 정취와 트로트 장르의 오랜 기품이 함께 어우러지며 더한 감명을 안겼다. 온갖 향수(享受)를 끌어 모은 듯 잔향마저 깊었다. 흥미로웠던 건 후렴에서의 바이브레이션은 발라드풍인데, 벌스에서의 가창은 트로트 특유의 가락이 배어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점이 특별한 그만의 노래를 완성시키며 보다 포용력 있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내딛는 걸음마다 유의미한 자취를 남기고 있는 임영웅이 '트로트계 왕자'에서 'OST 신흥강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꺼지지 않는 엔진 같은 임영웅의 행보, 내일은 또 어떤 타이틀이 붙게 될지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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