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말년 없을 것" 장담했는데…차관에 뿔난 文대통령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9.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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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24시]'차기 공약' 박진규 차관 질책…전직원 특별감찰·엄중문책 경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조선산업 성과와 재도약 전략을 의제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9.0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조선산업 성과와 재도약 전략을 의제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9.06.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기강' 잡기에 나섰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이 정권 말 어수선한 대선 국면에서 자칫 해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주부터 추석명절 연휴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감찰활동에 들어갔고,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고위관료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8일 청와대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 6일 모든 직원에게 "오늘부터 24일까지 추석명절 기간 전후 특별 감찰활동을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기간 청탁금지법의 제한 범위를 넘는 선물수수, 근무시간 미준수, 사적용무를 위한 무단이석, 문서 무단유출 등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행위에 대한 집중 감찰이 진행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또 코로나19(COVID-19) 확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연휴 기간 철저한 방역수칙 실천에 나서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사적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추석연휴 특별방역대책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안내를 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한 복무기강 확립이 목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이날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박 차관이 대선 정국에서 오해받을 일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산업부 차관에 대한 보도 내용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며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해 방역관리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해 방역관리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산업부 등에 따르면 박 차관은 최근 산업부 일부 직원에게 대선 공약 아젠다를 발굴하고 대선후보 확정 전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박 차관의 이런 발언은 '1차관님 말씀 및 지시 요지'라는 제목의 글로 작성돼 산업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일부 부서에 전달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박 차관이 대선 정국에서 부처 간 이해가 걸린 정책 과제 등을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도록 조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대선 후보 진영에 의견 전달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차기 정권에 대한 줄 대기를 시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박 차관이 청와대 출신이란 점에서 더욱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행정고시 34회 출신으로 현 정부 청와대에서 통상비서관과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지냈고, 지난해 11월 산업부 차관에 임명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번 박 차관 사례를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건 공직사회에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8개월이나 남았고,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공직자들이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정치적 오해를 받는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며 "임기 마지막까지 위기 극복 정부로서 사명을 다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치권으로부터 오해를 받는 일이 생긴 탓에 문 대통령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때마다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정해지고 대선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수록 박 차관과 같은 공직자들의 처신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여의도는 아예 가지 말라고 할 정도로 선거 국면에서 오해받을 일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정권말이고 또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더 강하게 경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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