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라클' 작전 코드, 文대통령 경축사에 숨어있었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8.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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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24시]文대통령 "품격있는 선진국,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한 발 더 전진해 가는 것"

 [서울=뉴시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 가족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1.08.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 가족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1.08.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반 두케 마르케스(Ivan Duque Marquez) 콜롬비아 대통령이 지난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하고 한국을 떠난 26일. 콜롬비아 현지 언론 라리퍼블리카(larepublica)는 이날 '한국을 거울삼아 봐야한다'(Hay que mirarse en el espejo de Corea del Sur)란 제목의 사설을 보도했다.

콜롬비아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콜롬비아가 앞섰으나, 지금은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더 잘살고 있는데 그 비결을 배워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면서 두케 대통령이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배우고자 적시에 한국을 방문했고, 이번 국빈 방문은 콜롬비아에게 수출을 늘리는 등 경제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대한민국 위상'의 현실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는 이번 두케 대통령 국빈방한을 비롯해 지난 1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빈방한까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멈췄던 해외정상 초청 대면 외교를 성공적으로 재개하며 '품격있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해외에 적극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총 9번 언급하며 '품격있는 선진국'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운크타드)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했는데, 개발도상국 중 선진국으로 격상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경축사에서 "우리의 위상에 걸맞게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자"고 국민들에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품격있는 선진국이 되는 첫 출발은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다"며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한 발 더 전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품격있는 선진국'의 첫 실천이 이번 아프가니스탄 조력인 이송으로 보인다.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에 협력한 현지인과 가족 등 378명은 지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코로나19 검사 등을 마친 후 이날 오전 충북 진천군 덕산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아직 아프간에 있는 나머지 조력인 13명은 이날 오후 입국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2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26.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아크간 현지 조력인 국내 이송과 관련한 현재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 받은 뒤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 및 군 관계자들과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도의적 책임'이 바로 선진국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프간 조력인들은 우리하고 함께 일한 동료인데 이런 분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한 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며 "우리가 인권 선진국으로서 갖는 국제적인 위상, 또 우리하고 유사한 입장에 있는 나라들이 하는 일들을 다 검토를 해서 이분들을 어떻게 한국에 모셔올 것인가 검토를 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특히 '미라클(기적)'이라고 명명된 이번 작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한다. 아프간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하는 위험한 작전인만큼 보안에 신경을 썼고, 작전 수행 중에 '선진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일본을 비롯해 벨기에,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아프간 조력인 등을 탈출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외국 국적의 민항기를 보내는 것을 검토했지만 카불의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돼서 그것을 할 수가 없어서 군 수송기를 통해서 이렇게 가게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관계 부처 간에 외교부, 현지에 있는 외교부와 우리 국방부 이렇게 쭉 협의를 가졌고, 그런 상황을 보고도 드리고, 지침도 받고 하는 정부 내에서의 광범한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8월 말이 일종의 시한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늦어지면 이분들이 나오지 못하시거나 또 나오는 데 굉장히 어렵게 될 것을 생각해서 조금 서둘러서 이렇게 한 그런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정부가 아프간에서 빠져나온 뒤 하루도 안돼 카불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외교당국, 관계부처가 합심해 탈출 작전을 성공시키는 등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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