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부품업체 A사는 올 들어 주문이 늘면서 공장을 쉴새없이 돌리고 있지만 살림은 더 빠듯해졌다. 핵심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지난해보다 35% 급등한 탓이다. 납품 계약상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일만 늘었지 이익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충남 대산산업단지 화학업체 B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물류비 상승에 원자재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됐다. B사 김모 대표는 "순이익이 오히려 10~20%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 104곳, 중소기업 206곳 등 국내 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81.6%·복수응답 허용), 코로나19 재확산(80.6%), 금리인상(67.7%)을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기업 3곳 중 1곳(36.1%)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천에서 주물을 제조하는 C사의 한모 대표는 "환율까지 오르면서 올 상반기에만 수입원가 때문에 1억원 가까이 손실을 봤다"며 "중소기업으로선 하루하루 죽느냐 사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도 업종에 따라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31,550원 ▼1,000 -3.07%)은 올 2분기 수주 감소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손실 1조74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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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하면서 커진 금융비용 부담도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의 비중이 2019년 35.1%에서 2020년 39.7%로 늘었다.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의 절반 수준인 50.9%(대기업 28.8%)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코로나19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77.5%였다.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에도 영업상황이 호전되기 힘들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19.7%에 달했다.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정부의 고심도 큰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달까지 간다면 거시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경영난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힘든 기업들은 더 힘들어진다"며 "선별 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산업을 전환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