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14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실시된 LG 인적성검사를 치르기 위해 학생들이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제공=LG
대기업 채용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일선 대학과 함께 학과를 신설하고 인재 양성에 나서는 것이다. 맞춤형 교육을 전제로 취업을 보장하는 식이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7일 '채용계약학과 모집' 공고를 올렸다. 내년 3월 카이스트 SW(소프트웨어), 고려대 스마트융합학과, 서강대 스마트융합학과, 한양대 지능융합학과 등 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사람만 지원이 가능하다.
LG전자는 2013년 카이스트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채용계약학과 모집의 첫 발을 내딛은 뒤로, 대상 학교를 지속 늘리고 있다. 채용 규모는 회사에 필요한 기술 분야와 지원자 역량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한다. 올해는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력 채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들은 최근 대학과 연계한 채용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학사와 석사 등 방식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 고려대와 각각 협력해 신설한 학부과정 반도체학과가 올해 첫 신입생을 받았다.
이 외에도 삼성전기가 부산대 차세대 전자기판회로학과, 코오롱이 건국대 미래에너지학과, 한진그룹은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현대차 등 완성차 및 부품 업계가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등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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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학과 채용 확대에는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 적기에 배치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담겼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채용연계학과 모집의) 목적"이라 설명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입장 변화는 정기 공채(공개채용)를 폐지하고, 이를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채용 시장에서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LG그룹은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SK그룹은 올해를 끝으로 공채를 접는다.
한 채용시장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채용이 내부 수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채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지원자들은 공고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약없이 취업 준비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