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큼 바이든도 中 때리는데…중국에 몰리는 '월가 머니'[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8.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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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않은 대중 강경책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월가의 글로벌 금융기관은 오히려 대중 투자금액을 크게 늘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차단하는 등 디커플링을 시도하는 와중에 글로벌 금융기관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미국 정치의 상징인 워싱턴과 금융 중심지인 월가가 엇박자를 낸 대목인데 국경을 따지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맞을지 궁금해진다.



스톡 커넥트 통한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주식 매수
중국은 2014년 11월 후강통(?港通)을 출범시켜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중국 상하이거래소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행정적으로는 역내 지역이지만, 홍콩달러를 사용하는 등 역외 금융 시장으로 남아 있는 홍콩을 완충지대로 활용해 자본시장을 간접 개방한 것이다.

이어 2016년 12월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선전거래소 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선강통을 출범시켰다. 후강통·선강통은 영어로는 스톡 커넥트(Stock Connect)라고 불리는데, 노스바운드(Northbound)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거래소를 통해 중국 본토주식을 매수하는 걸 뜻하고 사우스바운드(Southbound)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거래소 상장주식을 사는 걸 의미한다.



트럼프만큼 바이든도 中 때리는데…중국에 몰리는 '월가 머니'[차이나는 중국]
그런데 올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중 강경 행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주식 매수가 급증했다. 올해 1~7월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주식 순매수 규모는 2344억 위안(약 4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유입된 1285억 위안(약 22조5000억원) 대비 82% 늘었다.

후강통 개통 다음 해인 2015년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219억 위안)의 10배가 넘는 투자자금이 올해 1~7월 중국 본토주식으로 유입된 셈이다. 또한 7월말 기준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4368억 위안(약 251조원)에 달했다.

트럼프만큼 바이든도 中 때리는데…중국에 몰리는 '월가 머니'[차이나는 중국]
주가 상승분이 반영된 노스바운드 자금의 보유종목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기준 2조4760억 위안(약 433조원)에 달하며 금융기관 별로 보면 HSBC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7749억 위안(약 136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JP모건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각각 4785억 위안(약 84조원)과 4373억 위안(약 7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기준 후강통·선강통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중국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아직 3.5%에 불과해 증가할 여지가 크다.

본드 커넥트 통한 위안화 채권 투자
중국 본토 주식뿐 아니라 위안화 채권 매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7월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은행간채권시장(CIBM·China Interbank Bond Market)을 통해 보유중인 위안화 채권 규모는 3조7700억위안(약 660조원)에 달한다.



앞에서 설명한 스톡 커넥트에 대응하는 제도가 바로 본드 커넥트(Bond Connect), 즉 채권통(債券通)이다. 중국은 2017년 채권통을 도입, 중국과 홍콩의 거래 플랫폼과 결제기관을 연결해서 외국인 투자자가 위안화 채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 채권시장 개방에 나섰다.

/사진=중국 인터넷/사진=중국 인터넷
올해 1~7월 외국인 투자자가 신규 매수한 위안화 채권규모는 약 5123억 위안(약 9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위안화 채권 매수 수요가 크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는 10월부터 글로벌지수 제공업체 FTSE러셀이 중국 국채를 세계국채지수(WGBI)에 포함시킬 예정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안화 채권 매수는 한층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수 편입에 따라 중국 채권시장으로 약 1300억 달러(약 152조원)에 달하는 해외자본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위안화 채권 비중은 약 3%로 미국(28%), 일본(14%), 심지어 신흥시장인 브라질(9%)보다 훨씬 낮은 사실도 해외 자본의 보유 비중 증가를 점치게 하는 근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 자산을 매수하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위안화 자산(주식, 채권)을 매수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빨리 생산을 재가동한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글로벌 자산 배분, 높은 금리 및 위안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다.

특히 재밌는 건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강화가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주식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를 중단시키고 올해 7월 나스닥에 상장된 디디추싱을 앱 스토어에서 퇴출하는 등 초고강도 규제를 가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중국 대형 인터넷기업은 주로 뉴욕증시와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수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2차전지, 반도체 업종에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본토주식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위안화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중국채 10년물 금리가 미국채 10년물 금리보다 약 1.58%(158bp) 높은 것도 주요 매수 요인이다. 현재 달러당 약 6.5위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위안화 환율이 하락(절상)된다면 위안화 채권을 보유중인 투자자는 가치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정치인과 투자자, 과연 누가 맞을까? 미국 워싱턴과 월가의 엇갈린 행보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주식 및 위안화 채권 매수는 당분간 증가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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