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세계 갑부 뭉칫돈 몰린다[빅트렌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7.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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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어벤져스-②기후위기]기술·정책 각개전투에서 녹색 스타트업 총집결로 '탄소 중립' 해결

편집자주 식량 문제와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3대 위기로 꼽힙니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당장 우리 앞에 다가온 전 지구적 현실입니다. 영화나 만화에서는 '히어로'가 나타나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합니다. 실제 현실에도 이런 히어로가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위기 요인들을 개선하겠다고 총대를 멘 히어로, '스타트업 어벤져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헬리오겐의 태양광 발전 시설/사진=헬리오겐 홈페이지 헬리오겐의 태양광 발전 시설/사진=헬리오겐 홈페이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세계 갑부 뭉칫돈 몰린다[빅트렌드]
#신재생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헬리오겐'(Heliogen)은 이달초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콘퍼런스콜에서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아테나테크놀로지애퀴지션과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AI(인공지능)로 거울의 방향을 움직여 1000도 이상 온도를 생성하는 독보적 태양광발전 기술을 보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초기투자자로 참여해 주목받았다. 헬리오겐은 이번 상장 추진을 통해 기업가치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평가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脫)탄소'를 선언한 가운데 탄소넷제로(탄소중립) 시대를 열 이른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기후테크란 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뜻한다.



미국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206억달러(약 24조원) 상당의 자금이 친환경 분야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새롭게 유입됐다. 이는 2018년(6조원)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열돔'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독일 등 유럽에선 19년 만에 기록적인 홍수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스타트업을 조기에 발굴하려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사진 왼쪽부타)빌게이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프 베이조스, 손정의/사진=뉴시스, 뉴스1(사진 왼쪽부타)빌게이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프 베이조스, 손정의/사진=뉴시스, 뉴스1
◇아이언맨, 진짜 지구를 구한다큰손들의 '그린 골드러시'=기후테크는 전세계 큰손들의 주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SF(공상과학) 영화 어벤저스에서 '아이언맨'을 맡았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최근 기후변화 위기 해결에 맞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하겠다고 나서 이목을 끌었다. 그는 풋프린트연합벤처스(FootPrint Coalition Ventures, FCV)를 출범, 두 개의 펀드를 설정했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CEO(최고경영자)는 기후변화기금 중 20억 달러(약 2조원)를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전기모터 스타트업 '턴타이드', 콘크리트 제조 공정에 다른 산업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주입해 시멘트 함량을 줄이는 기술을 확보한 '카본큐어' 등이 이번 투자 대상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카이스트(KAIST)와 매사추세추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설립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특화 딥테크(Deep-Tech·기저기술)기업 스탠더드에너지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100억원을 투자해 주목받았다. 전국 곳곳에 흩어진 풍력발전소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 솔루션 기술을 지닌 브이젠도 올 상반기 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종합 컨설팅회사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2013년부터 7년간 기후기술 분야 누적 투자액이 595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 84%의 성장률이자 같은 기간 전체 VC(벤처캐피탈) 투자액(18%)보다 5배 빠른 성장세다.


◇친환경 스타트업과 손잡는 정유사·화학소재기업, 왜?=국내 기업들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응에 바빠지면서 탄소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가장 열렬한 투자자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정유사와 화학소재 기업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당면과제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신사업 모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는 복안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최근 고성능 아스팔트 생산용 유황개질제 기술을 보유한 범준이엔씨에 지분을 투자했다. 정유공장 부산물인 유황을 원료로 써 고성능 콘크리트용 수경성 개질 유황을 생산하는 친환경 벤처기업이다. 효성그룹 계열 화학섬유 제조업체 효성티앤씨도 최근 친환경 가방 제작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효성티앤씨는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섬유 '리젠'을 플리츠마마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도 D3쥬빌리파트너스와 펀드를 조성, 그린 스타트업과 공동연구, 연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공과대학장은 "탄소중립 사회로 대전환은 개별적 정책·기술개발만으론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녹색 스타트업이 같이 사회·경제적 역량을 총집결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세계 갑부 뭉칫돈 몰린다[빅트렌드]
◇韓은 태동기 '균형 잡힌 생태계' 조성 중…유망 100개사 뽑고 기술혁신에 2조 투자=우리나라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이제 태동기지만, 균형 잡힌 탄소 중립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에코(Echo) 스타트업' 75개사 중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활용한 수열·지열 하이브리드 냉·난방 시스템(이노그린에너지), 폐기물을 재활용한 난연 바닥재(한국도시재생기술), 생분해성 고분자 접착제(링크플릭스) 등 산업 전 분야에서 탄소 저감 비즈니스 모델(BM)의 다각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저탄소기술 유망기업 100개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련 기술혁신에 1조89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올해는 신기후체제의 원년으로 탄소저감 효과가 높은 신기술의 해외진출 등 앞서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시장의 커다란 기회요인들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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