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들 "피해자 실명 공개, 구속수사해야"

뉴스1 제공 2021.05.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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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구속 촉구 서명운동…경찰·검찰에 전달 계획
인적사항 공개…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미만 벌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한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피해자 측에서는 이들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18일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A씨의 지원단체들은 오는 19일까지 '성폭력 피해자 신원공개 행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해당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경찰청과 서울동부지검에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2020년 8월쯤 네티즌 B씨가 네이버 밴드(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와 네이버 블로그(앨리의 원더랜드)를 운영하면서 A씨의 실명과 소속 직장명을 공개한 일이 있었다. 경찰 수사에서 밴드와 블로그 운영자는 동일인이며 서울시청 관계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이 각각 자신의 SNS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특히 김 교수가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이 몇 분간 노출되기도 했다.



A씨 측은 네티즌 B씨를 2020년 10월,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같은 해 12월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소했다. B씨는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성명, 나이, 직업,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에 밴드 및 블로그 운영자를 고소했을 때 그 사람을 신속히 구속수사했으면 이후 김민웅 교수가 편지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이나 인적사항을 공개하며 피해자를 압박하는 일은 이따금 발생해왔다. 가해자 측의 부탁을 받거나 실수로 수사기관이나 법원 직원이 인적사항을 유출하는 일도 있었다.

성폭력처벌법 24조 자체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사건'처럼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진 탓에 법률 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의 여신도들 성폭행 사건에서 법원 직원이 피해자들의 실명 등을 교회 측 인물에게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 교회 사람들은 이 목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피해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100여명이 참여하는 SNS 대화방에 정보를 공유했다.

결국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2019년 2심에서 징역형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재련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고소하는 순간 자신의 모든 정보가 드러난다면 '법치주의 사회'가 아닌 '야만사회'일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인적사항을 누군가 공개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나쁜 시그널(신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자에 대한 기소는 당연하며 '구속이 관건'"이라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고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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