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창신동 '창신 데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수강생이 봉제사로부터 봉제기술을 배우고 있다./사진제공=창신 데님연구소
한때 한국 봉제산업의 1번지로 불리며 패션메카 동대문을 주름잡던 창신동 봉제거리. 봉제산업의 쇠퇴와 함께 잊혀진 거리로 여겨졌던 창신동 봉제거리가 최근 청바지(데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70~80년대 전 세계 패션산업을 주름잡던 창신동 봉제 장인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을 수 있어서다. 2018년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청년 대상 '소잉마스터 아카데미'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받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시작해 올해 4기 학생들을 맞이한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데님관련 전문 봉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이곳에서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창신, 데님연구소' 차경남 대표 역시 46년 경력의 '소잉마스터(봉제사)'다. 6.25 전쟁 후 월남해 동대문서 봉제일을 시작한 부모님을 따라 가위를 잡았다는 차 대표는 사양화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봉제기술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차경남 창신 데님연구소 대표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민동훈 기자 /사진=민동훈
차 대표는 "끊어질 뻔한 데님 봉제기술을 열정 가득한 청년들에게 전수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차대표의 뜻에 감명받은 원단업체, 워싱업체 등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할 수많은 업체도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다. 가장 큰 문재는 재원이었다. 초창기엔 서울시에서 교육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강의할 장소 임대료와 실습에 필요한 봉제기계 가격이 문제였다. 데님 작업이 가능한 봉제기계의 경우 대당 가격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은 시간이 날때마다 창신동을 찾아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격려하고 청년들이 만든 청바지를 구매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챙겼다. 서울시가 지원을 끊은 상황에서도 소잉마스터 아카데미가 매년 수강생들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수원의 지원 덕분이라는 게 창신동 봉제사들의 한목소리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서울 동대문 창신동 소재 '창신 데님연구소'를 찾아 '소잉마스터 아카데미'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창신 데님연구소
차 대표의 열정은 청년들에게 희망이 됐다. 실제로 수료생 가운데 디자이너 브랜드를 열거나, 소호창업에 나선 이들도 상당수다. 단순히 봉제기술만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 제조, 유통, 판매의 기초부터 다질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다. 덕분에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는 이미 국내 데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글로벌 청바지 업체에서 일하며 데님 창업을 꿈일던 청년부터 패션을 전공한 학생, 디자이너 지망생 등이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를 찾는다. 한정된 예산, 공간의 문제 탓에 많은 수강생들을 받을 수 없는 까닭에 모든 지원자를 받아 줄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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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 데님연구소'에서 이달 7일 차경남 대표(왼쪽 아래)가 1기 수료생, 4기 수강생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민동훈 기자 /사진=민동훈
역시 1기 수료생 출신으로 딜레탕티즘(DILETTANTISME)이라는 데님 브랜드를 론칭한 박지영 대표는 "패션산업은 사실 원료부터 제작, 마케팅, 판매까지 알아야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다"며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는 꿈만 꾸던 창업을 현실로 바꿀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 끝)이 서울 동대문 창신동 소재 '창신 데님연구소'를 찾아 수강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창신 데님연구소
차 대표 "어려운 상황속에서 한수원의 지원으로 봉제기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면서도 "청년들이 창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지원하는데 공공기관 뿐 아니라 정부, 민간기업도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