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 준비 '착착'...현대케미칼 HPC 마무리 단계

머니투데이 장덕진 기자 2021.04.24 08:00
글자크기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VLSFO 공정 전경.(C) 뉴스1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VLSFO 공정 전경.(C) 뉴스1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의 HPC(중질유석유화학시설)가 완공을 앞두고 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HPC 시운전을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 HPC가 가동되면 원가경쟁력을 갖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지난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케미칼은 'HPC 시운전 TF(Task Force)'를 가동 중이다. 시운전 TF는 설비 운전 기술을 익히고 공정 설계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HPC가 준공되면 시운전을 거친 후 생산량을 점차 늘려나가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HPC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들어서는 총 투자규모 3조원의 석유화학 생산 설비로 올해 8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HPC는 유연하게 원료 투입 조절 가능
HPC는 원가 경쟁력을 갖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투입되는 원료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사들이 제품 생산에 주로 활용하는 NCC(나프타 분해 시설)는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사용한다. 반면 HPC는 나프타뿐 아니라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인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액화프로판가스) 등을 원료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한다.

원유 정제 부산물인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등은 나프타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했을 때 수율이 20% 수준으로 석화 기업의 주력 생산 시설이 NCC인 탓에 수요도 부생물 보다 많기 때문이다. 탈황중질유 가격은 나프타 가격 대비 20% 낮다.



이 같은 특징을 이용해 HPC는 나프타 가격이 상승할 때 저렴한 잔사유 투입을 늘릴 수 있다. 시황에 따라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셈이다. HPC는 정제 부산물 사용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여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는 원료 가격에 따라 투입 원료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지난해 시황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5000억원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HPC는 연간 기준 PE 80만톤과 PP 4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PE는 투명성과 밀도가 높아 식품 포장용 비닐, 전선 피복, 파이프 등의 소재로 쓰인다. PP는 내구성과 내열성이 뛰어난 범용플라스틱으로 자동차, 가전제품의 부품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정유사와 석화사가 HPC 건설하는 이유는?
HPC는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사인 롯데케미칼이 모두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다. 롯데케미칼은 원가 경쟁력을 갖추며 석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원가 경쟁력은 필수다. 일반 소비재와 다르게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 화학 제품은 같은 폴리에틸렌이라면 기업 별로 차이점이 크지 않다"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산업군"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는 HPC를 가동해 석화제품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석유 수요가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 다변화는 미래를 위한 준비다.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대체되도 석화 제품은 대체 소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요가 유지될 전망이다. 석화 제품 생산까지 발을 뻗는 배경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지난 6일 "현재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줄일 계획"이라며 "블루수소 등 3대 미래 사업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도 70%수준으로 높여 친환경 에너지 사업 플랫폼으로 변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9일 현대케미칼의 HPC 건설에 힘을 더하기 위해 18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케미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3600만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지주는 주식 취득 목적을 "현대케미칼의 HPC 건설 자금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