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을 기다렸다"…잠실5단지, 오세훈표 재건축 1호 될까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1.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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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심의 목전 서 사업중단..."오 시장도 속도 조절할 것" 예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재건축 단지로 '잠실 주공 5단지'가 지목된다. 건축심의 직전까지 진행되는 등 재건축 추진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고 이후 단계에서 오 시장의 재량에 따라 속도를 내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집값 안정 등의 거시적인 목표를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잠실주공 5단지 "'오 시장 결단' 있으면 스피드 재건축 가능"
"19년을 기다렸다"…잠실5단지, 오세훈표 재건축 1호 될까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에서 가장 빠르게 진척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다.

1978년에 건축된 잠실주공 5단지는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대어’로 손꼽힌다. 인근 잠실주공 1~4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돼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과 레이크팰리스로 탈바꿈한 상태지만 5단지는 2003년 추진위 구성 이래로 약 19년여간 재건축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는 2017년 단지 내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는 서울시 일부 심의를 통과해 최고 50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키로 했다. 가구수는 3930가구에서 6402가구로 늘어나고 이 중 427세대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키로 서울시와 협의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 등으로 서울시의 건축심의 단계에서 3년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18년부터 진행중인 교육환경 영향평가는 4년째 보완 요구와 재접수 절차를 반복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와 건축심의를 진행하고 사업시행 인가만 내주면 큰 어려움 없이 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재건축의 사업성을 저해하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걸림돌로 지적되지만 조합측은 조속한 재건축 시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 측에서 요구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고 또 세부협의를 진행해 용적률과 층수 등에 있어서도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도출했었다”며 “오세훈 시장이 수권 소위원회를 열고 사업시행 인가 등의 단계를 진척시켜 준다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부-오 시장 '힘 겨루기' 예상..."오 시장 속도조절 불가피" 전망도
오세훈 선거 캠프 부동산 자문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비기본계획 결정 고시나 재건축 인허가를 붙잡고 있던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은 오 시장이 결정만 내려주면 바로 재건축에 진척을 볼 수 있는 곳들"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와 압구정은 지구단위계획이 이미 수립된 상태인데 결정 고시를 미루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고시만 하면 조합설립 등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 물론 도계위나 건축심의위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한 만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3년간 중단됐던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를 재개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교통영향평가 용역을 공고한 상태다.

반면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상계주공이나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경우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이 가능한 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지만 서울시 권한 밖의 영역들이 많아서다. 안전진단 기준은 국토교통부에서 정하고, 최종 통과 여부도 국토부의 소관이다.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시설안전공단)의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최종 통과 여부를 가리는데, 이들 공공기관이 정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안전진단 단계에 있는 상계주공이나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등은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주요현안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1.4.8/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주요현안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1.4.8/뉴스1
잠실주공 5단지가 재건축 진행 단계에 있어 가장 앞서 있지만 오 시장이 부동산 시장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속도 조절'을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완화에 힘을 싣더라도 중앙 정부와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급격한 여파가 일지 않도록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북 지역에 힘을 싣는 한편 합리적인 수순에서 강남도 풀어내는 등의 고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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