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회장은 왜 전경련이 아닌 무협을 택했을까?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02.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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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23대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장남인 구자열 LS 그룹 회장. 제22대, 23대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장남인 구자열 LS 그룹 회장.


구자열 LS 그룹 회장이 한국무역협회 31대 회장으로 유력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회장 구인난을 겪고 있는 재계 대표단체였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아닌 무협 회장을 택한 이유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구 회장이 다른 경제단체도 아니고, 무협 회장직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경제단체를 선택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이유와 선대를 이어온 오랜 무협과의 인연, 여기에 사명감이 더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총수들의 친목모임인 전경련은 회장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이 단체의 역사와 관습상 구 회장의 선택 범위 밖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9년 설립된 전경련은 삼성(이병철 회장), 현대(정주영 회장), LG(당시 럭키금성 구자경 회장) 등이 차례로 회장을 이어받으며 성장해 온 경제단체다. 전경련은 관행적으로 주요 그룹의 좌장 그룹만이 회장단이 참여했다.



삼성에서 한솔, CJ, 신세계, 새한미디어 등이 분할됐지만, 전경련 회장단에는 삼성만이 대표로 들어갔고, 현대 그룹의 경우도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아산 중에서 현대차가 회장단 바통을 이어받았다.

LG도 마찬가지로 허씨 가문이 GS로 분리된 후 범LG 가문인 LG, LS, LF, LIG 등을 대표해 LG가 회장단에서 역할을 했다.

특히 LG의 경우 IMF 직후인 19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전경련 참여를 사실상 중단해왔었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태로 형식상 유지하던 전경련 부회장 직위도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이 내놓으면서 전경련과는 결별한 상황이다. 구자열 회장이 전경련의 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전경련 회장을 맡을 수 없는 상황에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LS 그룹은 무역협회와는 인연이 깊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들로 LS 그룹을 구성한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 중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1994년부터 22대와 23대 무협 회장을 맡았다. 구평회 명예회장은 구자열 LS 회장의 부친이다.

구평회 회장은 1994년 무역협회장이 된 이후 좁은 코엑스 전시장과 아직 덜 개발된 무역협회 인근의 시설을 확충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6년 우리나라가 '2000년 아셈회의'를 유치하게 되면서 개최 후보지로 제주와 경주, 서울 등이 거론될 시점에 서울로 유치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30여명의 전세계 국가지도자들과 수천명의 수행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장을 서울에 마련해 아셈회의를 서울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구평회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어 탄생한 것이 코엑스 신관, 아셈타워와 코엑스몰, 코엑스인터콘티낸탈호텔 등이다"고 말했다.

구평회 회장이 공사를 시작했고, 그 마무리는 김재철 회장 때 이뤄졌지만, LS 그룹은 용산으로 사옥을 옮기기 전까지 오랫동안 아셈타워에 서울사옥을 뒀었다.

이런 선대와의 인연에 더해 수출산업 중심인 LS 그룹이 한국 경제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더해 구자열 회장이 무역협회장 자리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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