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김모 과장은 성과급 얘기가 나오면 속이 쓰린다. 매년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수천만원대 성과급에 대한 부러움을 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81,300원 0.00%)와는 성과급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애매해 멋쩍은 웃음으로 떼운 지 오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소비자가전부문 직원들이 지난 3일 연봉의 50%를 OPI(성과인센티브)로 수령한 것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의 성과급은 연봉의 12%에 그쳤다. 연봉 6000만원의 김 과장이 받은 성과급은 700만원 수준. 가욋돈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긴 하지만 세금까지 떼이고 나면 뿌듯함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삼성전자에 정기적인 성과급 체계가 자리잡은 것은 2000년부터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PS'(Profit Sharing·초과이익분배금, 현 OPI) 제도가 도입됐다.
최근 SK하이닉스 (178,000원 ▼1,600 -0.89%)에서 시작된 논란으로 일각에서 성과급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 회장의 성과보상 철학이 글로벌 삼성의 초석이 됐다는 데 이의를 달 이는 많지 않다. 인사나 승진만이 아니라 평소 급여에서도 성과에 대한 보상을 강조한 게 인재 확보와 강력한 조직 문화의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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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부터 OPI를 내부 사정과 업황에 맞춰 바꾸는 계열사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38,350원 ▲350 +0.92%)은 2016년부터 OPI를 없애고 개인 고과에 따라 분기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기 (156,600원 ▼1,400 -0.89%)와 삼성SDS는 사업부별로 차이 없이 같은 OPI를 준다.
성과급 규모보다는 소통과 이해, 공감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기에서는 지난해 CEO(최고경영자) 1년차였던 경계현 사장이 매분기 직원들과 함께 진행한 경영설명회에서 성과급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비교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 이달 초 연봉의 14% 수준 성과급에도 큰 잡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