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에 대한 대기업 한 임원의 촌평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동안 연봉제와 성과보상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사회의 이면이 코로나19 사태와 80·90년생 직원들의 등장, 산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성과급 논란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성과급의 역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성과급이 자동차나 조선 같은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대개 소통이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측이 계산해 책정하면 그저 감사하게 수령하던 가욋 급여에 대한 문제제기가 SK하이닉스에서 SK텔레콤 (51,300원 ▲300 +0.59%),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등 다른 기업으로 번지자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올해 사태의 전조로 꼽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년 전 논란에서도 이런 속살이 확인된다. 사측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12년 삼성전자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성과급 지급 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직원들의 불만은 노조 설립으로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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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의 삼성디스플레이 게시판에는 성과급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함께 삼성전자와의 납품구조에서 비롯된 불만이 기폭제가 됐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가속도가 붙은 반도체 등 국내 산업의 쏠림 현상도 올해 성과급 사태를 통해 재확인한 장면이다. 산업별, 업종별로 엇갈리는 성과급 규모를 두고 이제 막 표출되기 시작한 불만과 갈등이 혁신과 잠재 성장역량을 좀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과급 사태의 밑바닥에 깔린 공정과 소통에 대한 갈증과 별도로 젊은 직원들 역시 성과보상체계의 순기능과 경제산업 전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주의 모델을 가장 먼저 벤치마킹해 효과를 봤던 삼성은 2010년 전후로 과도한 경쟁 위주의 성과주의와 보상이 문제가 되자 '창조적 성과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인 격차를 완화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1년 연초를 뒤흔든 뜻밖의 논란은 10여년 만에 다시 우리 사회의 성과보상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도 성장기와 제조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큰 힘을 발휘한 성과 기반의 물질적 보상이 경쟁만큼 협력과 공정이 중요해진 창의와 혁신,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