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3인자도 돌아섰다…높아진 트럼프 탄핵 가능성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뉴욕=이상배 국제부 특파원 2021.01.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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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하원표결서 탄핵 찬성표 얼마 나올지 주목…CNN "공화당 찬성 10명 안팎 나올 것"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사진=AFP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사진=AFP


미국 하원 공화당 3인자이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맏딸인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와이오밍)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의원 중 두 번째, 지도부에선 첫 번째 탄핵 지지 선언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체니 의원은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이 추진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존 캣코(뉴욕) 하원의원,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잇따라 공개 선언했다.



공화 하원의원 3인의 탄핵 공개 선언…13일 탄핵 찬성표 주목
체니 의원은 성명을 통해 "2021년 1월 6일 폭도들이 미 의사당을 공격해 민주주의 절차를 방해하고 대선 (선거인단) 선거 개표를 중단시켰다"며 "이 내란은 미국의 가장 신성한 장소에서 부상과 사망, 파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수 일, 수 주가 지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분명해질 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미국 대통령이 폭도를 불러 모아 공격의 불씨를 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폭력을 막기 위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개입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직책과 헌법에 대한 선서를 더 크게 배신한 적은 없었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체니 의원의 아버지로 2000 ~ 2008년 재임 시절 실세 부통령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자)로 인정받았던 딕 체니 전 부통령도 전직 국방장관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결과 승복을 촉구하는 기고문에 공동 기고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존 캣코(뉴욕) 하원의원/사진=AFP존 캣코(뉴욕) 하원의원/사진=AFP
공화당 하원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존 캣코(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나는 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응분의 결과 없이 이 공격을 선동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했다.


킨징어 의원도 "하원에 올라온 탄핵안 조항들을 평가한 결과, 치명적인 내란을 선동한 이러한 행위가 탄핵할 가치가 없다면 무엇이 탄핵 가능한 혐의인가 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나는 탄핵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NYT는 그가 동료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사유가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하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동의하지 않게 되면서 13일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이날 하원 표결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내 반란표가 실제 어느 정도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폭동을 선동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복적으로 대선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펼치고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조장함으로써 미국 국가안보와 민주주의와 헌법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내부 분열…CNN "공화 찬성표 10명 안팎 예상"
CNN은 공화당 하원의원 대다수는 탄핵안에 반대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10명 안팎이 이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공화당 참모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민주당의 트럼프 탄핵 드라이브가 트럼프의 '내란 선동' 행위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많은 공화당 의원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도부 참모들에 따르면 이번 하원 탄핵안 표결과 관련, 공화당 지도부는 반대 표결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2019년 12일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을 당시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 표결' 당론을 정하고 이탈 방지에 주력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지면서 단일대오를 구축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이번에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의원들이 잇따르는 것은 친 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그 대응을 놓고 공화당이 얼마나 깊이 갈라져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CNN은 전했다.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사진=AFP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사진=AFP
임기 종료 후 탄핵…트럼프 대선 재도전 막기 위한 것
지금은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사와 청문회 등 통상적 절차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무엇보다 현재 상원 일정상 오는 20일 퇴임 전까지 회의 개최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임기 종료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에선 공직자의 임기 이후에도 탄핵이 가능하다. 지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으나 상원은 탄핵 심리를 진행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퇴임 후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상당한 팬덤(열성적 지지층)을 보유한 그의 2024년 대선 재도전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대통령은 중임이 허용되는데, 꼭 연임일 필요는 없다. 미국 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도 재선에 실패해 한차례 백악관을 떠난 뒤 4년 후 다시 24대 대통령에 취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의회의 대통령 당선인 확정 직후 성명을 통해 "절서있는 정권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승복하면서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대권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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