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령', '멍에실'…소와 관련된 지명 전국 731곳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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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1261개), 말(744개) 이어 3번째 많아… 농경사회 소를 아끼던 문화적 특징

사진= 국토부사진= 국토부


전국에 소와 관련한 지명이 731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내년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전국의 고시지명을 분석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은 소와 관련된 지명이 총 731개로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고 27일 밝혔다.

전국에서 소와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다. 강진군 강진읍 소재 ‘우두봉’을 비롯해 총 204개가 있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우산(23개)’ ‘우동(9개)’ ‘우암(8개)’ 등 순으로 소 관련 지명이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종류별로는 마을(566개, 77.4%)이 대다수이며 섬(55개 7.5%), 산(53개, 7.2%) 순으로 나타났다.
사진= 국토부사진= 국토부
소와 관련된 재미있고 흥미로운 유래를 가진 지명들이 많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에는 맹수로부터 어린아이를 구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간을 위해 온몸을 아끼지 않은 소의 헌신과 의리를 기리는 뜻의 ‘우혜(牛惠)’라는 마을이 있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의 고개 ‘소똥령’은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는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어 산이 소똥 모양이 됐다는 유래가 전해져 온다.

전남 나주시의 마을 ‘구축(九丑)’은 아홉 마리의 소를 기르면서 마을을 발전시켰다는 전설이 유래가 돼 생겨난 지명이다. 울산광역시의 ‘우가(牛家)’마을은 소가 병에 걸리자 이곳에 집을 짓고 소들을 피난시켰다고 해 생겨난 지명이다.
사진= 국토부사진= 국토부
소와 관계된 농기구 관련 지명도 51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강원도 평창군의 ‘통골’, 경남 함양군의 ‘구시골’, 경북 봉화군의 ‘구우밭’ 등이 구유(가축의 먹이를 담아주는 그릇)와 관련된 지명이다. 지역에 따라 구시, 구이, 여물통 등으로 다르게 불렀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멍에(쟁기질 할 때에 소 목덜미에 얹어서 사용하는 굽은 나무)와 관련한 경남 밀양시의 마을 ‘멍에실’, 가우(가마나 상여 또는 짐수레를끄는 소)와 관련된 전남 강진군 섬 ‘가우도‘ 등도 있다.

신축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2010년 호랑이(경인년)를 시작으로 매년 우리 국토 속에 녹아있는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해왔던 마지막 해로 그 의미가 깊다는 설명이다.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그간의 십이지 동물과 관련한 지명조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책자로 발간해 국토지리정보원 누리집에 내년 1월중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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