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차 당 대회는 '4차'가 모티브?…힌트는 김정은의 안경

뉴스1 제공 2020.12.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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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들어 안경 바꾼 김정은…4차 당 대회 즈음 김일성 모습과 유사
'농촌 테제'·'사상 단결' 등 현재 북한 내부 정세와 주제 겹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내내 껴오던 뿔테 안경을 벗고 검은색 반테 안경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최근 김 위원장이 바꿔 낀 안경테가 지난 1961년 제4차 당 대회 즈음 김일성 주석의 안경테와 유사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이 큰 이벤트를 앞두고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다시 차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0월7일 외국문출판사가 발행한 '위대한 향도의 75년'이라는 제목의 화첩(사진첩)을 통해 1926년 10월부터 2020년까지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눠 정리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시절은 당 대회를 중심으로 정리된 모습이 눈에 띈다.



화첩 속 사진 중 4차 당 대회 직후인 1962년 당 중앙위원회 제4기 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 주석의 모습은 최근 김 위원장이 선보인 모습과 흡사하다. 특히 위쪽은 검은색이지만 아래쪽은 반투명에 가까운 '반테' 안경을 쓴 모습이 그렇다.

지난 1961년 제4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김일성 주석의 모습. © 뉴스1지난 1961년 제4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김일성 주석의 모습. © 뉴스1
이 전원회의에서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결정 중 하나인 '병진노선'(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이 채택된 바 있다. 북한의 역사에서 강렬하게 남아 있는 순간에 기록된 김 주석의 모습이 최근 김 위원장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일각에선 내년 1월 소집 예정인 제8차 당 대회를 맞아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의 이미지로 '후광 효과'를 얻기 위해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는 당 대회에서 과거 김 주석의 이미지를 빌려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2016년 제7차 당 대회 때도 연출됐다. 북한이 36년 만에 처음이자 김 위원장 집권 후 처음으로 당 대회 개최를 선언한 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호피 무늬 뿔테와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외투를 입는 모습을 선보였는데, 이는 1980년 제6차 당 대회 즈음 김 주석이 선보인 복장과 거의 같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외형이나 패션 스타일에 있어 '김일성 따라잡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당 중심의 통치를 구사한 김 주석처럼 김 위원장도 당 중심의 통치 방식을 택했던 점도 선대를 따라가는 모습이었지만, 주민들에게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9월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천군 강북리를 찾아  '사회주의 농촌건설강령'을 거론하며 "우리 당 대회가 이 중대한 문제에 정확한 해답을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9월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천군 강북리를 찾아 '사회주의 농촌건설강령'을 거론하며 "우리 당 대회가 이 중대한 문제에 정확한 해답을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제4차 당 대회 시기의 정책이 북한의 현 상황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북한은 제4차 당 대회 이후 10년의 시기를 조명하며 김 주석이 1964년 제4기 제8차 전원회의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당의 강령으로 채택한 사실을 부각했다.

'농촌 테제'는 지난 9월15일 금천군 강북리 수해 복구 현장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문제다. 그는 농촌 테제를 의미하는 '사회주의 농촌건설강령'을 거론하며 "우리 당 대회가 이 중대한 문제에 정확한 해답을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여름 수해복구로 인해 '정면 돌파전'을 비롯한 각종 목표를 미뤄야 했던 김 위원장은 전국 곳곳을 다니며 지방 건설과 농촌 건설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제4기 제15차 전원회의(1967년)를 통해 "전당·전군의 사상 의지적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김 위원장의 사상과 관련해 내린 조치와 맞닿아 있는 부분으로 파악된다. 그는 지난달 29일 8차 당 대회 준비 상황을 청취한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당 사상사업 부문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4차 당 대회 당시 북한이 병진노선을 추구하며 '자위적 군사 노선 관철'을 주장한 것도 최근 북한이 전반적인 비핵화 대화 기조에서도 자위적 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하며 새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김 위원장은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한 지난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연설에서도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조한 바 있다.

시차가 많이 나는 두 대회의 안건이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그러나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선대 이미지 차용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부분들이 과거 김 주석이 내걸었던 요소와 연관돼 있는 만큼 정당성 확보에도 유리한 전략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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