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백 홈런' 노리는 연쇄창업 늘어난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11.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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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등 최소 세 번 '창업'

'백투백 홈런' 노리는 연쇄창업 늘어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창업한 기업을 매각하고 다시 창업 생태계로 돌아와 성공가도를 이어가는 '연쇄창업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해외에선 새로운 기업을 계속해서 설립하는 기업가를 '시리얼 앙트레프레너'(Serial Entrepreneur)라고 부르며 연쇄창업이 일반화돼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비유니콘으로 꼽히는 베스핀글로벌·하이퍼커넥트 등의 창업자들은 최소 세 번 이상 창업에 나선 연쇄창업자다.



베스핀글로벌은 이한주 대표가 2015년 창업한 클라우드 컨설팅 기업으로 올해 5월 약 9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217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 849억원, 영업손실 416억원을 기록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스파크랩 공동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98년 미국에서 IT기업 호스트웨이를 창업해 3000억원대에 매각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스를 창업했다.



글로벌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 역시 업계에서 예비유니콘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하이퍼커넥트 창업자인 안상일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사내벤처로 시작한 검색서비스기업 레비서치 파산 이후 수차례 창업 실패 끝에 성공 가도로 들어섰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등 벤처 1세대에 이어 벤처 2세대로 분류되는 창업가들은 기업을 매각한 뒤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창업에 도전하거나 후배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투자회사를 따로 설립하는 등 벤처 생태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연쇄창업가다.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리얼리티리플렉션이 다섯번째 창업회사다. 그가 대학시절 창업한 보안서비스 업체 인젠은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파이브락스(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와 태터앤컴퍼니(기업형 블로그 툴 개발)는 2008년과 2014년 각각 구글·탭조이에 매각됐다.


신현성 테라폼랩스(이하 테라) 공동대표는 2017년 말 창업 벤처 전문 사모투자회사인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세우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다가 2018년 테라를 설립했다. 테라는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 운영업체로 국경 없는 화폐·포인트 교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성공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이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자나 공동창업자로 합류할 경우 사업 진행 뿐 아니라 후속 투자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실패한 '연쇄창업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유니콘 기업의 80%가 전에 어떤 종류의 회사든 설립한 경험이 있는 공동 창업자로 팀을 꾸린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며 "스타트업을 하다 실패하더라도 큰 부담없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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