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일 걸리던 공기 중 바이러스 포집·분석 50분에 끝낸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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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공동연구팀, ‘일회용 포집·진단키트’ 개발 …부유 바이러스 빠르고 선택적 탐지

표지논문 선정 이미지/사진=KIST표지논문 선정 이미지/사진=KIST


국내 연구진이 공기 중의 특정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바로 포집·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이준석 박사,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김민곤 교수, 건국대 수의학과 송창선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포집·검출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공기 중에 퍼져있는 각종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와 같은 생물학적 위해 물질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검사할 장소의 공기를 포집하고, 포집한 공기를 실험실에 가져온 후 적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수일이 소요되는 별도의 분석 공정이 필요하다.



실험실로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기존 기술은 세균 또는 곰팡이의 농도를 모니터링 할 수는 있으나, 특정 미생물의 유무나 입자 크기가 작은 바이러스를 구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진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일회용 바이러스 포집·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이는 임신 진단 키트와 유사한 형태로 별도의 세척·분리 없이 하나의 키트 내에서 10분~30분간의 포집 후 20분의 분석을 통해 현장에서 최대 50분 안에 포집·분석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원리는 이렇다. 공기 채집기를 통해 부유 바이러스를 유리 섬유 필터인 다공성 패드에 수집·농축하고 모세관 현상(액체가 외부 도움 없이 좁은 관을 오르는 현상)을 이용해 검출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이동한 바이러스는 특정 바이러스에만 반응하는 항체가 부착된 적외선 발광 나노입자와 결합해 여러 바이러스가 공존하고 있는 환경에서도 원하는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 또 이런 진단 키트를 동시에 4개 이상 삽입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해 동시에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도 있다.

부유 바이러스는 실내 공간의 크기, 공조 시스템의 유무, 온도·습도 등의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개발한 진단키트를 검증하기 위해 외부 요인들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 부유 바이러스 조성 시스템’을 구축, 일정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공기 중 바이러스를 포집하고 탐지하는 일체형 분석 플랫폼 개략도공기 채집기를 통해 부유 바이러스를 다공성 패드에 수집 및 농축하고 모세관 작용을 이용하여 검출 영역으로 바이러스를 이동시킨다. 포집과 검출의 과정이 일회용 진단 키트 내에서 이루어져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부유 바이러스 분석이 가능하다/사진=KIST공기 중 바이러스를 포집하고 탐지하는 일체형 분석 플랫폼 개략도공기 채집기를 통해 부유 바이러스를 다공성 패드에 수집 및 농축하고 모세관 작용을 이용하여 검출 영역으로 바이러스를 이동시킨다. 포집과 검출의 과정이 일회용 진단 키트 내에서 이루어져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부유 바이러스 분석이 가능하다/사진=KIST
연구진에 따르면 넓은 공간에 확산해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집해 다공성 패드 내에서 약 100만 배 이상의 농도로 농축했으며, 패드 표면에 부착된 바이러스들을 표면 전처리 및 분석용액 최적화를 통해 약 82% 수준의 효율로 회수해 검출 영역으로 이동시켜 분석할 수 있었다.

이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공기중에 부유 중인 생물학적 위해 인자를 현장 진단해 실내 공기 오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ACS 센서’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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