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금융주치의'로 기업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김평화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0.11.0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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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기업들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진단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내년 2분기에 제시한다. 윤종원 행장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윤 행장은 올 초 취임 후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경영의 두 축으로 제시했는데 ‘금융주치의’는 ‘혁신금융’의 일환이다. 기업은행만의 혁신적인 처방으로 고객도 돕고, 은행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바른경영’ 차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초일류은행의 기틀을 다지는 데도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 행장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취임 후 10달이 지났다. 소회를 말해 달라.
▶취임 이후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해 외부충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키우도록 돕는데 중점을 둬 왔다. 사모펀드, 자금세탁방지 등 이슈가 있었지만 직원들이 도와 준 덕에 잘 풀어가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 전체가 메가 트렌드 변혁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뉴노멀이 가속화되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소비자보호기조 강화 등 경영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며 기업은행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 취임하면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이라는 두 가지 전략화두를 제시했다.

-대출이 많이 나간 만큼 리스크도 커졌다.
▶만기연장, 이자유예 등으로 기업의 표면연체율은 낮지만 문제가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상당히 많이 쌓았다. 3분기까지 1조 1450억원(2분기 5000억원, 3분기 4270억원 등) 을 적립했다.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혁신전환 컨설팅’ 등을 통해 구조개선을 지원하고 한계기업의 경우 사업매각 등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에는 정부가 신용위험을 보증하고 있어 은행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주가로 평가하는데, 주가가 높다고 볼 수 없다.
▶향후 주가는 코로나 사태의 향방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내년도 경기도 걱정되는 여러 시나리오가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본다. 내년에는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여러가지 요인들의 불확실성이 크다. 주가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은행의 내재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부실 증가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았다.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을 많이 지원하다 보니 그렇게 한 것이다. 앞으로 타행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대손충당금을 합리화해 수익을 안정화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금융권의 전반적인 배당성향은 과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취임 당시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한다고 했다.
▶정보 및 인력 공유, 자회사와의 시너지 등을 통해 고객지원을 더 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조직확대라고 비판받을 소지도 있다. 실익이 단점을 확실히 능가해야 추진 가능한 사안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에 따른 피해 중소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당분간은 현 체제 내에서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무엇보다 운동장이 평평하게 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등 정보공유 문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고객들이 전체 대출의 70~80%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가계대출 중심의 여타 시중은행들보다 덜 받겠지만 결국은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제대로 디지털혁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전행적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획기적으로 시간이 줄었다. 이런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고객편의와 소비자 후생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은행 수익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점포도 줄여야 하지 않나.
▶비대면 업무 비중이 늘었다.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비대면 비중이 80% 가까이 된다. 지점 인력 부담이 과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 은행이 점포를 유지하기 어려우면 여러 은행들이 공동점포를 만들어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명예퇴직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임금피크 인력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임금피크 인력은 지난해 말 530명에서 내년 말에는 1014명으로 늘어난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 노사가 함께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활성화하는 게 은행 입장에서 비용이 덜 든다. 그 비용으로 청년들을 더 뽑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감사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여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줬으면 한다.

-점포 수나 명예퇴직은 결국 채용과 연결된다. 어떻게 하고 있나.
▶상반기 때 다른 은행들이 규모를 줄였지만 기업은행은 채용을 지속했다. 1만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는데 242명을 뽑았고 하반기에도 170명을 공개채용 한다. 고졸 출신도 다시 뽑고 있다. 장애인 채용 비율도 지키려고 한다. 외부 인사 채용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업무에선 상관없지만 브랜드 등 전문분야에선 외부의 전문성 있는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홍보브랜드 본부장을 ‘개방형 공모’로 영입했다. 과분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지원했지만 은행의 부족한 역량 분야를 잘 보완할 수 있는 분으로 채용했다. 지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노조추천 이사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다. 주주 뿐 아니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경영 저해, 이사회 의사결정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안다. 현재 사외이사 중에 한 분이 노조경험이 있는데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그 역할을 잘해 주고 있다. 결국은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은행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좋은 관행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스커버리펀드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어떻게 됐나.
▶투자자들의 면담요청에 응해 직접 의견을 들었다. 원금의 110% 보상을 요구했지만 정기예금이 아닌 투자상품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불완전 판매 등 은행의 잘못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환매중단 장기화에 따른 고객불편 해소 차원에서 투자원금의 50%를 먼저 가지급했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이었다. 전체 198명 고객 중 196명이 동의했다. 앞으로도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대한 배려할 것이다. 제도개선을 위해 상품선정·심의·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에 걸쳐 고객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소비자브랜드그룹에서 분리·독립시켰다.

-직원 친인척 대출이 논란이 됐다. 바른경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대부분 임직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사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징계면직 처리하고 형사고발, 관련 대출금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쉬웠던 부분은 개별 직원의 일탈을 막아주는 내부통제 장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규정과 내부통제체제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쳤다. 예컨대 본인 대출을 원천적으로 막고 가족대출도 사전에 신고하도록 제도화했다. 다른 은행들에게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금융주치의’ 제도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소개해 달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 종합검진 결과를 듣고 의사와 상담한다. 기업과 은행의 거래에는 그런 과정이 부족했다. 고객이 정보를 내놓으면 은행이 받아적는 수준이었다. 고객과 은행 양쪽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 은행이 재무제표 등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건강진단 차트처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피드백을 줄 생각이다. 제도도입을 위해 TF를 만들었다. 기업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전 단계에 걸쳐 은행이 도와줄 부분이 있다. 선제적으로 기업의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연체 등 향후 문제 가능성도 미리 대응할 수 있다. 단순히 금융지원 뿐 아니라 비금융 포함한 컨설팅을 제공하려고 한다.

-임기 동안 기업은행을 어떤 은행으로 만들고 싶은지.
▶국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갖고 평가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행법 1조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효율적 신용제도를 만들어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기존의 따뜻한 이미지에 더해 세련되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종원 기업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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