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외통위]윤건영에 '갑분싸', '포텐' 터진 태영호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10.0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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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8일 외통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 대상의원. 태영호(국힘), 이재정(민), 전해철(민), 정진석(국힘), 조태용(국힘), 이태규(국당), 김영호(민), 김영주(민), 김기현(국힘), 이낙연(민), 이상민(민), 지성호(국힘), 김태호(무소속), 윤건영(민), 송영길(민-위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국감 이틀째만에 처음으로 고성이 오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 공무원의 북한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 "고장난 레코드판 돌리듯이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한 게 화근이 됐다.



이번 국감에서 윤 의원은 여당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은 '영점'을 잡지 못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게 누군가"라며 '고장난 레코드'를 거론한 이유를 언급했다. 그런데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야당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이자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유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한다는 맥락이었던 것이다. 그 의견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야당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데 윤 의원이 '발끈'한 모양새였다.



윤 의원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에 순안공항에 '태극기'가 없었던 점을 언급하자 "원래 과거부터 순안공항에 태극기가 없는 것인데 야당이 정치공세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 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측의 고위급 인사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평양의 사례처럼 인공기를 안 달 것인가'와 같은 원칙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었다. 송영길 외통위원장(민주당)도 "좋은 지적"이라고 한 내용인데, 윤 의원이 맥락을 잘못 잡고 비판부터 한 것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만점활약을 했다.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는 실태를 지적하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탈북 청소년들에게 냉면 사주시라"고 했고, 이 장관은 "신년 떡국이라도 사겠다"며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또 북측이 우리나라를 '남조선'으로 표기하는 것을 남북협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고, 이 장관은 "남북 명칭 통일 문제로 확대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정 의원이 특유의 에너지를 살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북한 이탈주민의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축적해온 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유료 백서까지 발간한 게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이기도 한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조성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망명이 공표된 것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얘기는 정말 어이가 없다"고 정리했다. 또 이 장관으로부터 유엔군사령부가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까지 막은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의 정진석 의원은 평양에서 만들어진 항공점퍼가 국내 유명 홈쇼핑을 통해 유통된 게 대북제재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을 하며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심의과정에 진지한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태용 의원은 이 장관으로부터 조성길 전 대사대리 건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답을 이끌어 낸 후 "그렇다면 정보가 유출된 것인데 보안사고"라며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각종 정책 제안도 이뤄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북한과 판문점회담, 대북특사 등의 과감한 조치를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통일부의 외교 영역 활동이 저조한 것을 꼬집으며 "통일부가 외교부와 함께 다자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책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 발의 역시 시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의 '고장난 레코드' 발언에 흥분하긴 했지만 조성길 전 대사대리 건 등과 관련해 집요한 질의를 이어갔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국감 자료를 보내면서 '음란물 내역'까지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민주평통을 질타했다.

고참급도 '한 마디'씩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짧은 시간 앉아있었지만,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1년 정도의 '리뷰기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에 한미가 공조해서 남북관계를 푸는 노력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북한 사람을 접촉할 때 사전신고해야 하는 제도의 부조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무소속 의원은 나훈아의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 본 적 없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는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 전시회에 제재대상 북한 화가의 작품이 전시된 문제를 거론했다. '해당 그림이 제재대상인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말하던 백준기 통일교육원장이 자료 공유를 요청하자 "국회의원이 통일교육원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인가"라고 했다.

송영길 위원장은 고성이 오갈 때 "상대 의원을 존중해달라. 절차를 거쳐 발언해달라"고 말하는 등 여야 의원들을 진정시켰다. 회의가 속도감있게 진행될 수 있게끔 조율했다. 대북투자기업들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 문제를 언급하며 이 문제의 해결을 이 장관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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