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코로나백신 효과 확인…변이 적어 유행 가능성 낮을 듯"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0.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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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전문가 제롬 김의 분석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사진=국제백신연구소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사진=국제백신연구소


“코로나19(COVID-19) 백신은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쯤에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열린 제5회 세계과학문화포럼 기조강연에서 “유전자(DNA) 변형을 거친 마우스나 원숭이 등의 실험 동물모델에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을 접종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제롬 김 총장은 또 일각에서 우려를 나타낸 코로나19의 변이에 대해 “변이성은 독감(인플루엔자)의 10분의 1 정도로 낮지만, 아직 인류가 코로나19를 경험한 지 9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백신 배분 문제와 관련해 “특정 국가가 독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은 인류 모두가 승리해야 끝나는 싸움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날 제롬 킴 총장의 강연을 토대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자료사진코로나19 바이러스/자료사진
-코로나19는 변이 후, 매년 유행하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정도를 간단히 표현하면 바늘 끝 부분의 너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바늘로 종이에 구멍을 뚫었을 때 그 너비만큼이다. 같은 식으로 독감의 변이 정도는 1년 기준 손가락 끝 부분의 너비 정도가 될 것이다. 에이즈(HIV)는 1년 기준 손바닥 정도의 수준으로 변이한다. 따라서 코로나19는 유전자 배열 변이가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매년 계절성 백신이 필요한 병이 될까, 아니면 2007년 백신 개발 후 지금도 사용되는 로타바이러스와 비슷할까.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아직 9개월밖에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1년, 2년, 3년 후에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아직 알 수 없다.

-잇단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로 불안하다.
▶A형 간염 등 인체의 면역체계가 갖춰져 재감염을 막는 경우도 있지만,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감염 바이러스는 재감염이 가능하다. 코로나19의 경우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원숭이 등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감염 후 일정 기간 동안 재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



-백신 개발 현황은.
▶백신 개발에 있어 중요한 건 동물모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그 다음 코로나19에 노출시킨다. 여기서 원숭이가 백신 보호를 받는다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다행히 유전자 변형을 거친 실험쥐나 햄스터, 원숭이 등의 동물모델을 확보했고, 백신을 접종한 결과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코로나19 백신의 100%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12개의 코로나19 백신이 방어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게도 같은 결과일 지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패 확률은.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개발비용은 머크, GSK 등 백신 대기업의 경우 5억 달러(약 5800억원)에서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가 들고 연구단계에서 최종 승인 단계까지 실패 확률은 93%에 이른다.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서 판매되는 백신은 10분의 1 수준이다.

-러시아 백신 개발 선언 이슈 이후 안전성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백신 개발과 관련한 마지막 이슈는 안전성이다. 코로나19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아니라 2002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연구와 관련한 질문이다. 2002년 사스 백신을 개발하면서 특정 실험용 쥐에 백신을 접종한 후 바이러스에 노출 시켰을 때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은 막았지만 폐 질환이 발생했다. 일종의 알레르기 질환이었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을 원숭이에 접종하고 관찰한 결과 모두 효과적이었고 새로운 질병이 생긴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통해 장기간 더 지켜봐야 한다. 참고로 뎅기열 백신 등은 부작용이 2~3년 후에 나타났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1단계부터 최종단계까지 참가해 준 분들을 추적 조사하는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백신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백신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가 본격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백신을 만드는 제약기업에 103억 달러(약 12조원)를 지원했고, 기업들은 수억 도수의 백신 생산을 약속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3억 도스, 존슨엔존스가 1억 도스에 추가 주문 옵션을 더한 2억 도스를 약속했다. 미국 정부가 백신을 더 생산하고자 할 경우 수 천 만 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계약 업체를 통해 바로 구매가 가능하게 돼 있다.

한국도 가입돼 있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서 일찍부터 기업에 많은 자금을 지원해왔다. 예를 들면 아스트라제네카에 협력하는 있는 옥스포드팀, RNA(리보핵산) 백신을 연구 중인 모너나, DNA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이노비오 등은 모두 CEPI에서 지원을 받는다. 지원 조건은 백신을 합리적 가격으로 전 세계에 유통한다는 약속이다.

이 같은 안정적 분배 장치를 걸어놓았지만, 관건은 백신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가이다. CEPI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백신 100억 도스를 생산할 수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으려면 80억 명에 1인당 2회씩, 160억 도스의 백신이 필요하다. 최대 생산량 100억 도스는 백신의 종류는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결과다. 모든 공장이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활성화 백신,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등 특정 백신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생산·배포 지원을 위한 국제협력 체계 COVAX(코백스)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백신 20억 도스를 2021년말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백신 초고속 작전’을 통해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수억 도스의 백신을 계약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부탄탄 연구소, 모더나, 시노백 등의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대량 생산·유통을 위탁할 생산업체를 찾고 있다. 추가적인 위탁생산업체와 백신 라이센싱을 통해 그리고 미국 정부의 백신 전략과 CEPI에서 확보 중인 생산 역량을 통해 2021년까지 20억 도스를 생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확보된 백신이 미국 백신, 벨기에 백신, 러시아 백신, 중국 백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인류 모두가 승리해야 이기는 싸움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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