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사진=노벨위원회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분자생명과학 분야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성 연구자 2명이 공동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과학자는 DNA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기존 기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교정·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불치병인 유전적 질환 등을 고칠 수 있어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기술이다.
유전자가위 이미지/사진=노벨위원회
유전자가위는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특정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인식해 결합하는 부분, 다른 하나는 인식한 유전자의 서열 사이를 실제로 절단하는 부분이다. 이 두 부분을 어떻게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인간 전체 유전체 중 유일한 위치만을 선택적으로 자를 수 있다. 이 기술은 세대별로 구분되는데 1세대 기술이 ‘징크핑거’, 2세대는 ‘탈렌’, 3세대가 크리스퍼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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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가위는 성공률이 24% 정도에 불과했다. 즉 4개를 만들면 하나 정도만 효율적으로 유전자 교정이 가능했다. 2세대 가위 성공률은 이보다 다소 높은 64~88%였다. 3세대는 이전보다 수백 배 이상 정밀하고 사용도 간편하다. 이 때문에 희귀 유전병 치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유전 질환 치료를 위해 각종 유전자 조작 기술이 연구됐지만 기존 방식들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고 빠르게 자르는 능력이 떨어져 한계가 있었다”면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조작 난이도가 비교적 낮고 정확도가 높은 데다 부작용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를 꼽는다. 김 전 교수는 유전자가위를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유전자가위의 구조를 변화시켜 높은 효율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전 교수가 대주주로 있는 툴젠은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관련해 미국 대학 연구소 견제에도 불구하고 8년 만에 미국 특허 등록 허가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특허 기술 탈취 논란에 휩싸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교수가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은 탓이다. 툴젠과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9000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두 사람에게 절반씩 돌아간다. 매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시상식은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오프라인 시상식 대신 TV 중계로 대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