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작용기의 모식도연구진은 분자를 전극에 부착하고, 전압을 가해 부착된 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양 전압이 걸리면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의 전자밀도가 감소하고, 음 전압이 걸리면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의 전자밀도를 증가시키는 식이다. 그림은 만능 작용기의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사진=IBS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상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나노텍토닉스 창의연구단장)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분자의 전기적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인 작용기를 전극이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전극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반응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여러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만능 작용기를 개발한 것이다.
작용기는 유기화합물의 전기적 성질을 결정짓는 원자단으로 에탄올(C2H5OH)의 하이드록시기(-OH), 아세톤(CH3-CO-CH3)의 카보닐기(-CO-) 등이 해당한다.
1937년 미국 화학자 루이스 하메트가 작용기의 종류에 따른 분자의 전기적 성질 변화를 정량화한 공식을 만든 뒤, 80여 년 간 화학반응을 이해하는데 이 공식이 활용됐다.
또 복잡한 분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합성되는데, 각 반응마다 최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작용기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여러 종류의 작용기 대신, 하나의 작용기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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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제작한 작용기는 금 전극에 분자를 부착한 형태다.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분자 내 전자밀도 분포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분자의 전기적 성질에 변화가 생긴다.
전압을 바꿔가며 분자의 전기적 성질 변화를 관찰한 결과, 분자는 전극에 음(-)전압이 걸렸을 때 전자가 풍부해지고 양(+) 전압이 걸렸을 때 전자가 부족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에스터 가수분해 등 대표적 유기화학 반응에 적용해본 결과, 전극에 전압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여러 작용기의 효과를 낼 수 있어 기존 작용기의 효과적인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80여 년간 널리 사용돼 온 전통적·화학적 실험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백무현 부연구단장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학계의 다양한 후속연구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규모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 개발을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