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삭'…트럼프 갑작스런 '협상 중단' 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10.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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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소 1조6000억 달러(약 190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 처리를 11월3일 대선 이후로 전격 연기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는 게 겉으로 내놓은 이유다.

그러나 실제론 득표에 큰 도움이 안 되는 부양책 협상 대신 대선 후 불복소송에 대비해 연방대법원 장악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양책 협상보다 대선불복 위한 연방대법원 장악에 집중
코로나19(COVID-19) 감염으로 사흘 간 입원한 뒤 전날 퇴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협상단에게 대선 이후까지 추가 부양책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선거에서 이긴 직후에 우리는 대규모 부양책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 주지사 아래 형편없이 운영되고 범죄율이 높은 주들을 구제하기 위해 2조4000억 달러의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주 관대하게 1조6000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늘 그렇듯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치 매코넬(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신임 연방대법관 인준이 미뤄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미 행정부측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야당인 민주당을 대표하는 펠로시 의장은 추가 부양책을 놓고 전날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그동안 나온 소규모 경기부양책들을 모아 총 2조 달러 이상 규모의 부양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여기엔 미국민 1인당 1200달러(약 140만원)의 추가 현금 지급, 연방정부 실업수당 확대,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 재개 뿐 아니라 주정부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집권 공화당은 그동안 추가 부양책의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정 지원이 필요한 주들이 대부분 민주당 성향의 지역인 만큼 굳이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협상 중지 선언의 의도를 놓고 월가의 분석은 엇갈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협상 전술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반면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회복에 2조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직접 대화한 매코넬 원내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중은 부양책 협상 대신 신임 연방대법관 인준에 원내 전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지 선언이 나온 뒤 매코넬 대표는 "대통령의 생각은 부양책 협상의 타결이 어려운 만큼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며 "나도 그 결정에 동의한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코넬 대표에게 집중하라고 당부한 건 배럿 판사의 신임 연방대법관 인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타계한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배럿 판사가 상원의 인준을 받아 공식 임명될 경우 미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보수 6 대 진보 3으로 크게 기운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대선에서 패할 경우 우편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경합주의 선거인단 선출을 무효화 또는 보류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연방대법원이 대권의 칼자루를 쥘 수 있다.

연방대법원은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엘 고어 후보 측이 요구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절차를 중단시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 판사의 임명은 대선에서 남부 '바이블 벨트' 지역의 표심을 결집하는 데에도 유리한 카드다.

"협상 중단" 트럼프 한 마디에 뉴욕증시 급락 마감
트럼프 대통령의 부양책 협상 중지 선언으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 마감했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75.88포인트(1.34%) 내린 2만7772.7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7.68포인트(1.40%) 하락한 3360.9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77.88포인트(1.57%) 떨어진 1만1154.60에 마감했다. 이른바 MAGA로 불리는 MS(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아마존 모두 2% 넘게 내렸다. 테슬라도 2.7% 하락했다.

이날 오후 들어 강세를 보이던 3대 지수는 오후 3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보도되자마자 급전직하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파월 "경기부양책 과해도 괜찮다"…대규모 재정부양 촉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경기부양책이 과도해도 괜찮다며 행정부와 의회에 과감한 추가 재정부양책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경기가 과열될 위험은 현재로선 작아 보인다"며 "부양책이 필요 이상으로 크더라도 헛되이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경제가 어려움에서 벗어날 때까지 계속 나란히 집행된다면 회복세가 더 강해지고 빨라질 것"이라며 "반면 부양책이 너무 적으면 가계와 기업이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게 돼 회복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중소기업 파산율과 영구 해고율이 예상보다 낮다"며 지금까진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8월까진 소비가 잘 버텨왔지만 이젠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중단된 만큼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재개를 통해 초기에는 빠르게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완전한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위험이 있다"며 섣부른 경제 개방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중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AFP=뉴스1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AFP=뉴스1
애플 "13일 신제품 공개"…5G 아이폰12 개봉박두
애플은 오는 13일 신제품을 발표한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온라인으로 열릴 이번 행사에선 그동안 출시가 연기돼 온 아이폰12가 처음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애플이 이날 언론 등에 발송한 초청장에 '하이 스피드'(Hi, Speed)란 문구가 적혀 있음에 비춰볼 때 아이폰12엔 시장의 예상대로 5세대(5G)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달 애플워치 시리즈6, 아이패드 에어, 8세대 아이패드 등을 공개했지만 아이폰 신제품은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앞서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우리는 새 아이폰을 9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몇 주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폰12에 AR(증강현실)을 위한 3D(3차원) 광선 레이더 센서가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증시 '폭삭'…트럼프 갑작스런 '협상 중단' 왜?
美 허리케인 '델타' 북상에 WTI 4% 껑충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허리케인 '델타'의 북상으로 원유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5달러(3.7%) 뛴 40.6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2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33분 현재 전날보다 70센트(1.7%) 상승한 41.99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국의 유전 밀집지대인 멕시코만으로 허리케인 '델타'가 북상 중이란 소식이 유가를 밀어올렸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허리케인 델타가 4등급으로 격상됐다고 밝혔다.

이날 달러화는 강세였다. 오후 4시34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93.76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내렸다. 같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31.00달러(1.6%) 하락한 1889.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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