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의 '탄소 순배출 제로 2050', SK이노의 '그린밸런스 2030'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9.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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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이노베이션/사진=SK이노베이션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12,800원 ▼200 -0.18%))은 정유회사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종합에너지회사로 그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유 뿐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축적배터리 시스템 등도 포함되는데 우리는 장기적으로 이 모든 사업을 해야 한다"

'에너지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한 정유회사들의 체질 전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유공의 이 선언이 주목받는 것은 시점이다. 최근 기업들의 고민을 담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이 선언은 무려 38년 전인 1982년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제시했다.



38년 전 태동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꿈'
유공 40년 사사 발췌/사진=SK이노베이션유공 40년 사사 발췌/사진=SK이노베이션
이 같은 선언이 나온 것은 선경그룹(현 SK)이 유공을 인수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다. 이는 1993년 발간된 '선경 40년 사사'에 실린 내용에서 확인된다.

1982년 12월 9일 열린 '최 선대회장과 유공 부·과장 간담회' 자리에서 최 선대회장은 "세계 각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석유가 지하자원이므로 그 사업 또한 한계가 있고 더욱이 공해 문제가 뒤따르고 있어 될 수 있는대로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정유사업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10년 후에 가서는 정유사업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개발에 대한 꿈이 이미 30여 년 전에 잉태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공은 최 선대회장의 선언 이후 3년 뒤인 1985년 11월 업계 최초로 기술지원연구소를 세웠다. 당시 1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기존 기술의 개량과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목적이었다.


1991년에는 첨단 축전지(전기차 배터리)를 이용한 4륜 전기차 개발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유공은 울산 석유연구실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한 3륜 전기차 제작에 성공했고 성능시험을 거쳤다.

이 3륜 전기차는 최고 속도가 시간당 20Km,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km였다. 이를 토대로 이듬해에는 4륜 전기차 개발에도 나섰다. 이는 유공이 당시 추구하던 첨단 축전기 개발연구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해석됐다.

1992년에는 유공 울산연구소가 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 종합연구소, 연세대학교 등과 함께 정부 지원의 'G7 과학기술과제' 중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1993년에는 전기차 개발의 쾌거도 이뤘다. 당시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실용화를 위해 시험용 전기차를 제작, 운행 시험에 들어갔으며 이는 기존 5인승 자동차를 유공이 개조해 모터와 컨트롤러 축전지를 장착한 자동차였다. 성능은 최고 속도 130Km/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20km로 전해졌다.

친환경으로 방향 트는 석유 공룡들…SK이노베이션도 '그린밸런스 2030' 가속
BP의 '탄소 순배출 제로 2050', SK이노의 '그린밸런스 2030'
최 선대회장의 혜안은 최근에 더욱 주목받는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정유회사로 꼽히는 영국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가 석유 소비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공식 보고서를 내놓자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뉴노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란 평가들을 내놨다.

BP는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각국 친환경 정책과 생활의 변화를 통해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최대 80%까지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버나드 루니 BP CEO가 올 초 취임하면서 내세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언을 뒷받침했다.

BP의 이같은 전략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사활을 걸고 있는 '그린밸런스 2030' 비전과도 상통한다. 그린밸러스 2030는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비즈니스를 집중 육성해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제로로 만들겠단 것이다. 비슷한 전략인 것처럼 보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미 38년 전부터 닦아온 길을 가는 셈이다.

사업 결실도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세계 최초로 배터리 양극재 구성 금속인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80%, 20%, 20%인 NCM811 배터리를 개발, 2018년부터 양산중이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배터리 힘과 주행거리가 좋아진다. 지난해에는 NCM91/21/2(구반반) 양극재 적용 배터리 개발까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22년 양산 계획 중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넘어서 전체 사업 전후방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5R(Rental, Recharge, Repair, Reuse, Recycle)을 전략 플랫폼으로 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체계를 구축해 E-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한단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40년 전부터 시작된 SK이노베이션의 '토탈 에너지 솔루션 공급자'로서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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