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거물' 확보한 삼성, 이재용은 뒤에서 4년을 공들였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8.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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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CEO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CEO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인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2017년 출범한 파운드리사업부에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아무리 삼성이지만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 1분기 15.9%였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트렌드포스)을 2분기 18.8%로 끌어 올렸다. 글로벌 1위인 TSMC와의 격차는 38.2%에서 32.7%로 줄었다.



아직까지 TSMC와의 격차가 큰 편이지만 인텔이 7나노 양산에 잇따라 실패하고 있어 EUV(극자외선)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파운드리' 육성 전략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IBM 차세대 서버용 CPU 수주…EUV 기반 7나노 공정 적용
IBM은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인 'POWER(파워) 10'(2021년 하반기 출시)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특히 삼성전자가 대만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제치고 IBM과 손잡은 것에 주목한다.



IBM의 CPU 라인업 중 EUV 기반 7나노 공정이 적용된 것은 파워10이 처음이다. 양사는 2015년 업계 최초의 7나노 테스트 칩 발표를 시작으로 10년 이상 공정 기술 R&D(연구·개발) 분야에서 협업해왔는데 이번에 중요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파워 1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의 결정체다. 7나노 공정을 적용해 전작(파워 9) 대비 성능을 최대 3배까지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올 2분기 기준 분기와 반기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까지 수주하며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하게 됐다.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생산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 단 2곳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5나노 공정 양산에도 돌입했다. 아울러 성능이 크게 개선된 5나노 및 4나노 2세대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초미세 공정 기술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워 10은 IBM 서버용 CPU 제품군의 진화를 상징한다"며 "EUV 기반 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집약시키는 등 '초격차'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IBM CPU 수주에 결정적 역할
삼성전자가 IBM의 차세대 CPU를 따낸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IBM에 4년 넘게 공을 들인 게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당시 IBM CEO인 지니 로메티를 만나며 양사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IBM의 첫 여성 CEO인 로메티는 지난 4월 퇴진했지만 그동안 이 부회장이 협업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한 것이 CPU 수주로 이어졌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IBM과 5G(5세대통신)과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추가 협력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이후 올해에만 8번이나 반도체 관련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찾으며 삼성 특유의 '초격차'를 독려했다. 지난 6월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 간담회 당시엔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에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은 삼성 안팎에서 더 커질 조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M CPU 수주는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성과 중 하나"라며 "이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앞으로 글로벌 대형사와의 추가 협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CEO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CEO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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