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사진=로이터
벨라루스 국영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80%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연임 중이다. 이전 대선에서도 개표 과정 등에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번에도 참관단의 선거 참관이 불허돼 제대로 된 감시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줄타기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벨라루스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이 EU 가입을 원할 때도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다.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나토 가입국인 주변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과 안보 조약을 맺고 있다.
30년 독재의 길 연 루카셴코
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대선 결과가 나오자 항의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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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일종의 '독배'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밀착해있긴 하지만 루카셴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권 침해엔 강력히 반발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루카셴코가 패배해 현 야권 인사가 대통령이 되면 벨라루스가 한층 EU·미국에 기우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루카셴코는 푸틴의 동유럽을 향한 야욕을 억제하면서도 서방과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EU·미국은 루카셴코의 입지가 흔들리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마찰을 빚은 푸틴 대통령이 루카셴코의 승리를 축하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한 개헌한을 확보한 푸틴으로선 연대 의지를 내비쳐 루카셴코를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토에 대항할 전선을 굳건히 하려면 벨라루스와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번 부정 선거 논란에 EU·미국은 일단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독일은 “민주주의 선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벨라루스 제재 재개를 요구했다. 미국도 "이번 대선은 자유롭지도 공정치도 않았다. 시위대에 대한 폭력과 구금, 인터넷 폐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중국이 루카셴코에 '줄' 대는 상황에서 EU·미국이 비난·제재 수위를 조절할지 주목된다.'독재' 멈추라는 벨라루스 시민들
대선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벨라루스 경찰들/사진=로이터
이에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를 비롯해 비텝스크, 브레스트 등 전역 도시에서 주민들이 몰려나와 새벽까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벨라루스 수사당국은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력 시위를 벌인 야권 지지자 등 3000여 명을 체포했다. 벨라루스 수사위원회는 폭력 시위 가담자들이 8∼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루카셴코는 지난 26년간 자유 언론과 야권을 탄압하고 약 80%의 산업을 국가 통제하에 두는 등 옛 소련 스타일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왔다. 1996년 국민투표로 초대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렸고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과 선관위원·헌법재판관·일부 국회의원 임명권을 부여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강화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벨라루스 경제는 마이너스 4~5%의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적 불안, 코로나19에 대한 황당한 주장 등으로 루카셴코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정신병에 불과하며 보드카와 사우나, 운동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서 방역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