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5일 KRX(한국거래소)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60원(1.49%) 오른 7만8900원에 마감했다.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 종가 기준 2000달러를 넘어서며 역사를 새로 썼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34.70달러(1.7%) 뛴 202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값은 한때 2027.30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최고가도 갈아치웠다.
보통 달러와 금은 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코로나19(COVID-19) 발병 이후 달러와 금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 충격이 발생하면 자금시장 경색 우려, 기축통화 지위 등으로 인해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나면서다.
그러나 최근 미 달러는 유로화 강세 영향으로 급락했다.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가 미국을 제친데다, 지난달 EU(유럽연합)가 7500억유로(약 1054조원) 규모 경제회복기금 설치에 전격 합의하며 경제 부양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시 달러 약세가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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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는 유동성 경색 우려가 해소된 만큼 미 달러의 금 가격 설명력이 재차 높아진 국면"이라며 "달러 약세는 하반기에도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구조 변화로 다른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금으로 쏠리는 측면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구노령화와 출생률 저하, 산업 구조변화로 원자재 수요의 성장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과 달러 약세 기조가 맞물려 기타 원자재 대비 금 수요 집중을 자극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선진국의 '금융억압' 정책 기조 역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을 높인다"라고 덧붙였다.
금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바이러스의 2차 확산 가능성으로 경제 예상경로가 불확실하고, 하반기 미 대선을 앞둔 미·중 관계 악화 등 변동성을 높일만한 이벤트가 남아있는 만큼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금 가격 밴드는 온스당 1850~2200달러 수준"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