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고체추진제로 갈아탈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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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


“만약 부스터를 로켓 본체 옆에 붙여 지금 계획한 1.5톤(t) 위성보다 더 무거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거나, 현재 3단형 로켓을 4단으로 개량해 약 300㎏급 달착륙선을 보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고체연료 R&D(연구·개발) 및 생산·보유가 자유로워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를 예로 들며 이 같이 말했다.



28일 우리나라와 미국이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한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는 데 합의하면서 고체연료를 쓰는 민간 우주 발사체 개발·생산이 가능해졌다. 당장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 시험발사가 예정된 누리호엔 적용하기 힘드나, 오는 2029년 발사예정인 ‘개량형 누리호’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고 단장은 “고체연료로 교체하기 위해선 설계부터 로켓 사양까지 모두 다시 짜야 하는 데 그러면 2~3년이 더 걸린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향후 3년간(2020~2022년) 우주개발계획에서 위성 발사 대행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는 후속 사업을 2022년부터 시작하기로 했으므로 액체엔진보다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큰 고체연료 사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 풀린 ‘100만파운드·초’ 룰
미사일 지침 개정 전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는 고체 로켓 총 추력은 100만파운드·초 이하로 제한 받았다. 모든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군사용으로 간주한 탓이다. 1파운드·초는 무게 1파운드(450g)짜리 물체를 1초 동안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이다.

지난 2013년 100kg짜리 위성을 싣고 발사된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는 1단엔 액체연료를 사용했지만, 2단엔 이런 성능 제한에 맞춘 고체로켓을 탑재, 발사에 큰 도움이 못됐다는 설명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로켓을 발사하려면 약 5000만~6000만 파운드·초가 필요한데 100만 파운드·초로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액체로켓은 자동차, 고체로켓은 자전거
고체로켓과 액체로켓은 서로 가진 장단점이 다르다. 일단 고체로켓은 액체 방식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다. 고체엔진을 탑재한 발사체는 액체엔진 발사체 보다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서다. 고체로켓은 연소실 안 고체덩어리에 연료와 산화제가 뭉쳐 있고 그것을 점화해 추력을 얻는 형태다.


반면 누리호의 75톤(t) 액체엔진의 경우 전체 부품 수는 약 1200개에 달한다. 고체로켓에 2~3배가 넘는다. 액체상태의 연료와 산화제를 별도로 담는 탱크, 추진제를 탱크에서 엔진으로 공급하기 위한 배관 및 터보 펌프, 유량 공급·차단 밸브, 연료에 불을 붙이고 배출해 추력을 내는 연소기 등 수많은 장치가 필요하다. 그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를 필요로 하고 설계가 조금만 어긋나도 폭발할 위험이 따른다. 때문에 부품 수와 구조만 놓고 보면 액체로켓은 자동차, 고체 로켓은 자전거로 표현할 수 있다.

고체로켓은 구조가 단순해 개발기간도 짧고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진다. 이점은 민간의 우주산업 진입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우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이노스페이스의 경우 하이브리드 로켓을 기반으로 소형 위성 발사체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고도 450㎞에 도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로켓을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낙현 거대공공연구정책과장은 “(고체추진제를 통해)추력이 너무 낮은 한국 발사체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면 민간 우주기업들의 참여도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발사대행서비스 필수 기술 ‘부스터’
델타로켓 1단 측면에 달린 부스터/자료사진델타로켓 1단 측면에 달린 부스터/자료사진
고체로켓 혹은 액체와 고체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로켓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 발사체를 자유롭게 생산·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부스터’다.

부스터는 발사체 이륙 추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때 쓴다. 발사체 1~3단, 페어링(화물 덮개), 연료와 산화제 등을 모두 한번에 들어 올리면서 발사대를 떠나야 할 때, 또 비행 중 가속도가 충분치 않을 때 부족한 힘을 보충하는 용도다. 해외에선 통상 발사체에 탑재하는 화물(관측기기) 하중에 맞춰 부스터를 추가해 쓴다. 보통 1단 비행 구간의 추력을 최대한 높인 뒤 분리된다.

부스터는 액체나 고체추진제 중 선택할 수 있는 데 고체추진제의 경우 높은 추력을 낼 수 있고 액체연료보다 싸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비추력(1㎏의 연료가 1초 동안 연소할 때의 추력)이 액체추진제보다 낮고 추력 조절이나 중단이 안 된다는 단점도 따른다.

이런 부스터는 위성 발사 대행서비스 시장 진출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기술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페이로드(화물)의 무게나 고도가 다양한데 부스터를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 2톤의 화물을 우주로 실어나를 발사체가 있을 때 발사를 의뢰한 고객이 2.2톤의 화물을 의뢰한다면 0.2톤의 무게만큼 부스터를 추가하면 고객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발사체 ‘H-3’와 유럽의 ‘아리안6’는 고체부스터 2개 또는 4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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