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웨이퍼 위에 옮겨진 제곱센티미터 규모의 다층 그래핀 사진메탄 농도 조절을 통해 다층 그래핀의 층수 조절이 가능했고, 또한 원하는 층수의 다층 그래핀을 웨이퍼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줬다/사진=IBS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과 삼성종합기술원, 부산대 연구팀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4층에 이르는 다층 그래핀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4층짜리 균일 그래핀을 개발한 건 처음이다.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신축성을 갖춘 데다 투명해서 반도체 전극으로 많이 쓰인다. 몇 개의 단층 그래핀이 겹쳐 있는지에 따라 응용성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핀을 여러 겹 쌓으면 집적회로의 소형화가 가능하고, 반도체 내 전류가 흐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균일하게 넓은 면적으로 기르기는 어려웠다.
개발 과정은 이렇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은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쓴다. 구리와 같은 금속 박막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데, 금속 기판이 촉매 역할을 해 주입한 탄화수소를 분해·흡착하는 원리다.
그러나 다층 그래핀은 층수가 불균일해지는 문제 때문에 고품질로 만들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탄소 용해도가 높은 구리 기반 합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여러 시도 끝에 구리-실리콘(Cu-Si) 합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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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먼저 화학기상증착 장비에서 기판이 들어가는 부분인 석영(SiO₂) 튜브에 구리 기판을 넣고 900 oC 고온으로 열처리했다. 이 때 튜브에 포함된 실리콘이 기체로 승화돼 구리판에 확산되며 구리-실리콘 합금이 형성된다.
이후 메탄 기체를 주입, 메탄의 탄소 원자와 석영 튜브의 실리콘 원자가 구리 표면에 균일한 실리콘-탄소(Si-C) 층을 만들도록 했다.
이 층이 앞서 합성한 구리-실리콘 합금의 탄소 용해도를 제어한다. 연구팀은 “아이디어를 내고 균일한 실리콘-탄소 층 제조법을 찾아내기까지 2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1~4층 그래핀의 전자 현미경 사진. 투과전자현미경 측정을 통해 단층과 다층 그래핀의 층수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층, 2층, 3층, 4층 짜리 그래핀이다/사진=IBS
이 연구단장은 “기존에 일반적 증착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고품질 다층 그래핀 제조에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는 구리 전극을 대체할 고집적 전극 및 그래핀을 반도체 기판으로 이용한 다양한 소자 기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