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 그래핀, 4층짜리 대면적 합성에 성공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7.2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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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웨이퍼 위에 옮겨진 제곱센티미터 규모의 다층 그래핀 사진메탄 농도 조절을 통해 다층 그래핀의 층수 조절이 가능했고, 또한 원하는 층수의 다층 그래핀을 웨이퍼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줬다/사진=IBS실리콘 웨이퍼 위에 옮겨진 제곱센티미터 규모의 다층 그래핀 사진메탄 농도 조절을 통해 다층 그래핀의 층수 조절이 가능했고, 또한 원하는 층수의 다층 그래핀을 웨이퍼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줬다/사진=IBS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라고 불라는 그래핀을 고품질로 여러 겹 쌓을 수 있는 합성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과 삼성종합기술원, 부산대 연구팀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4층에 이르는 다층 그래핀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4층짜리 균일 그래핀을 개발한 건 처음이다.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신축성을 갖춘 데다 투명해서 반도체 전극으로 많이 쓰인다. 몇 개의 단층 그래핀이 겹쳐 있는지에 따라 응용성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핀을 여러 겹 쌓으면 집적회로의 소형화가 가능하고, 반도체 내 전류가 흐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균일하게 넓은 면적으로 기르기는 어려웠다.



연구단이 개발한 합성법은 장비 크기에 따라 수십~수백 제곱센티미터 대면적으로 합성할 수 있어 반도체 고집적 전극, 다양한 광 전극 소자 등에 응용할 수 있다.

개발 과정은 이렇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은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쓴다. 구리와 같은 금속 박막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데, 금속 기판이 촉매 역할을 해 주입한 탄화수소를 분해·흡착하는 원리다.



이 때 사용하는 금속의 탄소 용해도에 따라 층수가 조절된다. 구리처럼 낮은 용해도를 가진 금속은 단층 그래핀을 만들고, 니켈처럼 높은 용해도의 금속은 다층 그래핀을 만든다.

그러나 다층 그래핀은 층수가 불균일해지는 문제 때문에 고품질로 만들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탄소 용해도가 높은 구리 기반 합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여러 시도 끝에 구리-실리콘(Cu-Si) 합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먼저 화학기상증착 장비에서 기판이 들어가는 부분인 석영(SiO₂) 튜브에 구리 기판을 넣고 900 oC 고온으로 열처리했다. 이 때 튜브에 포함된 실리콘이 기체로 승화돼 구리판에 확산되며 구리-실리콘 합금이 형성된다.

이후 메탄 기체를 주입, 메탄의 탄소 원자와 석영 튜브의 실리콘 원자가 구리 표면에 균일한 실리콘-탄소(Si-C) 층을 만들도록 했다.

이 층이 앞서 합성한 구리-실리콘 합금의 탄소 용해도를 제어한다. 연구팀은 “아이디어를 내고 균일한 실리콘-탄소 층 제조법을 찾아내기까지 2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1~4층 그래핀의 전자 현미경 사진. 투과전자현미경 측정을 통해 단층과 다층 그래핀의 층수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층, 2층, 3층, 4층 짜리 그래핀이다/사진=IBS1~4층 그래핀의 전자 현미경 사진. 투과전자현미경 측정을 통해 단층과 다층 그래핀의 층수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층, 2층, 3층, 4층 짜리 그래핀이다/사진=IBS
이렇게 만든 기판으로 실험한 결과, 1, 2, 3, 4층의 균일한 다층 그래핀 제조에 성공했다. 또 메탄 농도에 따라 층수 조절도 가능했다. 이는 각 층이 정확히 같은 각도로 겹치면서 반도체 웨이퍼에 견줄 수 있는 크기이다.

이 연구단장은 “기존에 일반적 증착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고품질 다층 그래핀 제조에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는 구리 전극을 대체할 고집적 전극 및 그래핀을 반도체 기판으로 이용한 다양한 소자 기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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