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잡겠다" 여성청결제 1위 질경이 사장님의 겁없는 도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7.22 14:36
글자크기


"쿠팡을 이기겠습니다!"

여성청결제 시장 1위 '질경이' 최원석 대표(54)가 이같이 외쳤다. 질경이는 지난 3월 동네 마트 전용 배달 애플리케이션 '로마켓'을 내놓았다. 로마켓은 '로켓보다 빠른 마켓'이란 뜻을 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온라인 배송에 밀려 폐업 위기에 처한 동네마트를 함께 살리겠다는 취지다.



생수→여성청결제→동네마트 전용 앱까지
최원석 로마켓(질경이)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최원석 로마켓(질경이)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기능성 생수사업을 하던 최 대표는 2006년 질염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여성청결제 질경이(여성의 삶의 질을 경이롭게 하다)를 만들었다.

2009년 하우동천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회사는 2018년 브랜드명과 동일하게 사명을 변경했다. 질경이는 현재 여성청결제, 생리대 등을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2016년 11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3년만인 지난해 229억원까지 뛰었다.



10여년간 질경이를 국내 여성청결제 시장 1위로 키워낸 최 대표가 이번엔 동네마트 배달 앱으로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가 로마켓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제조 사업을 하면서 온라인 유통의 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대형 유통 채널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직접 온라인몰로 제품을 팔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며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때 그는 더 이상 유통에 휘둘리지 않고 직접 유통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골리앗 쿠팡 이기는 '마윗'"
하지만 그는 레드오션인 e커머스 시장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 배송 경쟁을 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동네마트를 운영하는 지인들로부터 "쿠팡 때문에 문을 닫아야할 것 같다"는 신음을 들었다.


최 대표는 지역상권이 이대로 무너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최 대표는 "갈대 하나는 쉽게 꺾이지만 갈대들이 모이면 쉽게 꺾어낼 수 없는 것처럼 동네마트가 합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로마켓 캐릭터 이름도 '마윗'이다. 마트의 마와 다윗의 윗 합성어다. 소년 다윗이 단단한 차돌 5개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유래에서 따왔다.
"동네마트 사장님도 쉽게"
동네 마트 전용 배달 애플리케이션 ‘로마켓’사진/사진제공=질경이동네 마트 전용 배달 애플리케이션 ‘로마켓’사진/사진제공=질경이
제조업체만 운영하던 최 대표에게 플랫폼 개발은 도전이었다. 최 대표는 "처음 마트에서 일이 늘어나는 거 아니냐, 귀찮다고 꺼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5년간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그 결과 20분만에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마트 포스(POS)와 자동 연동 시스템을 만들어 신선 식품 가격 변동도 업데이트되도록 했다.

마트 행사 정보 알림, 쿠폰 관리 등 마트별 이벤트도 쉽게 반영하도록 했다. 현재는 앱 내 결제도 가능하고, 레시피와 재료 구매까지 연계되도록 만들었다.

"올해 1000개 마트 입점 목표, 전 세계로 뻗어갈 것"
최원석 로마켓(질경이)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최원석 로마켓(질경이)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로마켓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을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 상반기 주문건수는 지난해 테스트 때와 비교했을때 2.3배 늘었고, 입점 마트 매출액도 2.6배 증가했다.

최 대표는 로마켓을 동네마트와 지역 소비자간 교류의 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상생을 모티브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마트 입점 수수료는 거래액의 1%대로 높지 않다. 그는 "수수료 기반 수익이 아닌 플랫폼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배송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소형마트는 배송 전문 업체와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현재 83개 마트가 입점해있는데, 올해 1000개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외국어 구현도 가능하도록 해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질경이는 제조분야의 축, 로마켓은 유통의 한 축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