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증권사 '몸집 불리기'…약 될까 독 될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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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IB(투자은행)시장 위축에도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대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교보증권은 2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3자배정 대상자(투자자)는 교보생명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교보증권 자기자본은 3월 말 9437억원에서 1조1437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올해 들어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결정한 증권사는 교보증권을 포함해 7곳이다.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초 2175억원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1조원대로 올라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월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기자본이 지난해 말 51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264억원으로 늘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230억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이는 카카오페이로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첫 유상증자다.

올해 증자로 초대형 IB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곳도 있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 약 5000억원 규모 증자를 진행해 자기자본이 1분기 말 4조337억원에 달해 초대형 IB 기준인 4조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말 약 2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이번 증자 자금을 더하면 자본금은 약 3조9200억원가량(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제외)으로 4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코로나 시국에 증권사 '몸집 불리기'…약 될까 독 될까
증권사들이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으로는 IB부문 확대를 위한 자본력 확보다. 코로나19로 IB부문이 위축되긴 했으나, 최근 6~7년간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만큼 자본 확충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IB 시장이 커지면서 자본력에 따라 증권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의 폭이 넓어졌다"며 "신용등급 등도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달라지고, 실제 부여받는 이자율도 달라 자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꼽힌다. 정부가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을 점검하는 수치인 NCR(영업용 순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리면 구NCR이 151.3%에서 증자 후 159.7%로, 신NCR 기준은 기존 903.6%에서 1052.2%로 개선된다. 구NCR 기준으로 150% 미만은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초대형IB보다는 NCR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된다면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까지 위험요인 증가에도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도에 큰 도전이 없었던 것은 수년간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환경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반전됐고, 초기에는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넘어섰으나 위험수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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