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변하지 않는 질량 기준' 만든다…韓 국제비교 동참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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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연, 기존 1 kg 원기 대신할 키블저울 이용, 첫 국제비교 참가

키블저울 외형도/사진=표준연키블저울 외형도/사진=표준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이 국내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 측정값을 구현하고 국제비교에 참가했다고 10일 밝혔다.

韓 포함 총 6개 표준기관 참가…표준연1.2×10-7 불확도 달성
‘키블저울’은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고정된 물리상수 값을 기준으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 ‘국제비교’는 각 나라의 측정값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번 국제비교는 지난해 단위 재정의 이후 국제 질량 눈금을 정하기 위해 첫 번째로 시행됐다. 질량비교기가 있는 프랑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에 각 나라의 측정값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번 국제비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측정값을 의심하는 정도인 불확도 2×10-7 이하의 선제조건이 요구됐다. 표준연은 1.2×10-7의 불확도를 달성했다.



이밖에 NRC(캐나다), NIST(미국), BIPM(국제도량형국), NIM(중국) 등 총 5개 표준기관도 키블저울 실험을 이용해 참가했다.

키블저울 왜 만들었나…제약, 반도체 분야 질량 측정 안전성·신뢰성 중요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은 단위 재정의 전에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의 질량을 1 kg으로 정의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 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제약, 반도체 등 정확한 질량측정을 요구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질량측정의 안정성·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치 않는 상수인 플랑크 상수(h) 값을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구현하는 장치인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0-8(1억 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 각 요소의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이었고 전체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의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 1.2×10-7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됐다.

현재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10-8 수준으로 캐나다, 미국만이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 결과의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여 년간 5번 정도의 추가적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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