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드론택시 상용화하려면…'액체수소 기술' 확보 서둘러야"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0.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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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엑스포 D-100, 함께여는 수소시대]2023년 0.5톤급 ‘파일럿 수소액화 실증 플랜트’ 구축 거대 프로젝트 이끄는 최병일 기계연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사진=기계연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사진=기계연


수년 내 ‘하늘을 나는 택시’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일 정부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K-UAM)’을 내놨다. 개인용비행체(Personal Air Vehicle·PAV)가 실제로 승객을 수송하는 혁신적 교통서비스 구현이 핵심이다. 현실화하면 2025년엔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를 20분 안에 갈 수 있다.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은 이에 대해 “승객 4~5명을 태우고 약 100km 안팎 거리를 이동할 ‘드론 택시’를 상용화하려면 가장 먼저 액체수소 기술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잉 택시’로 혁신적 교통서비스…과학자들 “모르는 소리”
PAV는 전기로 추진되는 수직 이착륙 비행체다. 내연기관 대신 전기 동력으로 날아오른다. 일정 인원을 태우고 중장거리를 이동하는 택시로 쓰려면 현재의 전기 배터리 기술론 어림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용량을 늘리자니 무게가 많이 나가 비행이 어려워지고, 그만큼 단가도 비싸진다. 최 단장은 이 문제를 액체수소로 접근하면 간단히 풀 수 있다고 했다.



최 단장에 따르면 액체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저장·운송이 비교적 용이하다. 실제로 기체수소의 경우 탱크로리 1개에 250kg를 운송하는 반면, 액체수소는 14배인 3500kg까지 운송 가능하다. PAV에 적은 양의 액체수소를 실을 연료탱크와 수소를 전기로 바꿀 고성능 연료전지를 같이 탑재하면 지금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최 단장의 설명이다.

“미국 우버에 이어 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경쟁에 본격 뛰어들면서 이제 액체수소 기술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현재 수소에너지는 고압 상태의 기체수소 활용이 중심이지만 앞으로 안전성·경제성이 우수한 액체수소를 주축으로 발전해 나갈 겁니다.”



기체수소충전소부지 30%면 액체수소충전소 지어…‘접근·안전·편리’ 모두 업앤업
전문가들은 액체수소를 오는 2030년 꽃피울 ‘수소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할 기술로 꼽는다. 현재 기체수소를 주입하는 수소차에선 700바(bar·단위 면적당 압력)의 고압수소저장용기가 필요하다면, 액체수소는 대기압에서도 저장이 가능해 안전성이 확보된다. 도심지 활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게다가 액체수소는 저장용기 부피를 줄일 수 있어 기체수소충전소의 30% 수준의 부지에 지을 수 있다. 그러면 도심지역 설치가 쉬워져 수소차 이용자들의 접근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속도도 현재 기체 충전 시 승용차 1대(5kg 기준)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분에서 3분으로 4배 가량 빨라져 수소차 사용의 편리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대로 2030년 수도권에 30만대 수소차가 도로를 다니려면 무엇보다 수소 충전 용량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기체수소) 방식으론 모든 수소충전소에 연료를 공급해주기 어려워요. 서울 지역 모든 수소충전소가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운반하고 있는데, 튜브 트레일러의 용량은 약 250kg으로 수소차 50대 정도를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한정적이죠. 특수차인 튜브 트레일러도 많지 않은 데다 수송 비용도 고가라서 현실적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액체수소로 가야 합니다. 기체수소를 액화해 운송할 경우 비용이 기존보다 10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사진=기계연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장/사진=기계연
국내1호 ‘파일럿급 수소액화 실증 플랜트’ 구축…총 381억원에 18개 기업·기관 참여
다만, 수소 액화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수)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한 수소액화공정 설계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일을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이 맡았다.

"전세계에서 30개의 상용급 수소액화 플랜트가 운영중인데 우리나라에선 대용량 수소액화 플랜트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연구단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오는 2023년까지 경남 김해 한국기계연구원 LNG·극저온 기계기술 시험 인증센터에 일일 처리용량 0.5톤(t)의 파일럿급 ‘고효율 수소액화 실증 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총 381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연관 기술 및 핵심기자재의 실용화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카이스트(KAIST), 중앙대, 홍익대 등의 대학, 대우조선해양, 대주기계, 동화엔텍, 에스엔이스밸브 등의 국내 기업 등 총 18곳이 참여한다.
"5년뒤 드론택시 상용화하려면…'액체수소 기술' 확보 서둘러야"
“내년까지 우리 기술로 설계하고 구축해 시범 운전까지 하는 게 목표입니다. 수소액화 플랜트가 상용급으로 경제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30톤 규모가 돼야 하는데 이번 건은 기술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용이므로 0.5톤 정도로 해보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수소 사회가 정말 오긴 오는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될 겁니다.”

최 단장에 따르면 현재 상용 수소액화플랜트 기술은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이 기술을 갖지 못하면 국내 수소 인프라 시장은 해외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나라에 설치·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에 적용된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40% 정도죠. 거의 외국계라 보시면 됩니다. 충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으로 수소기체를 700바로 압축하는 압축기를 꼽는데 이건 다 외국산입니다. 그러니 이보다 더 고난도인 수소액화플랜트 관련해선 우리 기술이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0%에서 시작하는 사업입니다.”

최 단장은 수소액화플랜트를 구성하는 극저온 팽창기·열교환기·밸브, 수소액화용 콜드박스 등 핵심설비 국산화 연구와 함께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 탱크도 개발한다. 극저온 단열을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고 압력에 잘 견딜 수 있는 탱크 개발이 목표다.

“에너지 자급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33번째로 하위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안보를 위해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보호무역주의와 결합하면서 ‘기술 무기화’ 되는 현재의 지구촌 상황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서플라인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요. 제조업 위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입장에서 국산기술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는 이유죠. 우리나라는 수소차 제조와 수소 활용 산업은 선진국 못지 않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수소 운송과 대규모 저장 관련 산업 여건은 아직 취약한 실정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액체수소 기반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 액체수소플랜트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LNG선에 이어 액체수소운송선박을 수주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K방역’에 이은 ‘K수소경제’의 길이 열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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