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천산갑에서 사람 감염 능력 생겼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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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출처: Wikimedia]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출처: Wikimedi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발현된 후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람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얻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펑가오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것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이지만, 인체에 침투하는 능력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중요한 유전자 조각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1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실은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은 박쥐 바이러스지만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전파되기보다는 다른 야생동물 등 중간 숙주를 거쳤을 확률이 높다고 추측한다.



코로나19를 유발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다. 사람 세포에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ACE2)가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와 수용체가 달라붙으면 인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지만, 이는 인간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서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박쥐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 잡종이 만들어지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갖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펑가오 교수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으로 전염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전적으로 이 같은 변화 과정을 거쳐 사람 감염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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