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깜박" "잘못 체크"…부모들 '등교 숙제' 아침마다 난리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5.29 17:33
글자크기
학생 건강 자가진단 안내 /사진=경기도교육청 유튜브 캡처학생 건강 자가진단 안내 /사진=경기도교육청 유튜브 캡처


"오늘도 자가진단 깜박해서 담임선생님한테 전화 받았네요. 출근도 해야 하는데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워킹맘 조모씨(38)는 요즘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지난 27일 아이의 첫 등교를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매일 하고 있는 학생 건강 자가진단이다.

조씨는 "일주일째 아침마다 해오고 있기는 한데 아침에 정신도 없는데 깜박깜박 하는 날이 있다"며 "일일이 챙겨야 하는 선생님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면서 등교 개학 한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들이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 자가진단이 조씨처럼 학부모들의 새로운 '부모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등교 대상 학생들은 매번 아침마다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와 연결된 학생 건강 자가진단 링크로 접속해 학생의 체온과 의심 증상 등을 입력해야 한다.



학교나 교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학생들의 등교 전인 오전 8~9시 사이에 검사 입력을 마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달 3일부터 학교에 가는 고1, 중2, 초 3·4학년도 이번주부터 건강 자가진단을 매일 아침마다 하고 있다.

다만 매일같이 이를 입력해야 하는 만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맘카페마다 '등교 전 자가진단을 못했는데 아이 출석 인정이 안 되느냐'는 학부모들의 질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전 7시쯤 알람을 맞춰 두라'는 등의 '꿀팁'을 전수하는 학부모들도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생과 2학년생 연년생 자매를 키우는 경기 수원 거주 학부모 김모씨(40)는 "담임 선생님도 알람을 맞춰두고 하라는 안내를 하긴 했는데 아침에 애들 깨우고 씻기고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자꾸 깜박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가진단을 완료한 뒤 나타나는 결과에 당혹스러워 하는 학부모도 적잖다. 일단 '등교 중지'가 뜨면 교사가 아이를 자가격리 시키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한 맘카페 학부모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묻는 2번 항목에 아이가 잔기침이 있어서 별생각 없이 기침에 체크했더니 교사가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며 "심한 기침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잔기침 하는 아이라 잘못 선택했다고 말하고 나서야 그냥 넘어갔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이 콧물이나 기침, 설사 같은 증세는 크면서 자주 앓는 건데 그 때마다 자가격리 시키거나 코로나19 검사 받으러 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등교 개학 확대 직후부터 매일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등장하고 학생과 교직원 확진 사례도 잇따르자 "이렇게 할 바에 등교 개학을 좀 더 연기했어도 되지 않았느냐"는 반응도 적잖다.

또 다른 맘카페의 학부모는 "교육부가 왜 이렇게까지 등교 개학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중에 문제 생기면 학생들 부주의로만 돌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8개 시·도에서 830개 학교가 등교 수업일을 조정했다. 이들 학교들은 원격 수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서울 송파구 가동초 학생과 인천 백석초 교직원 등이 확진돼 등교가 중지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