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어려운 KTX서 에어컨 틀면…물 마시기도 위험

머니투데이 문영재 기자 2020.05.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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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마스크 착용이 유일한 대안…"열차내 에어컨 사용지침 필요"

서울역 승강장에 정차된 KTX 객실 내부에서 코레일 작업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서울역 승강장에 정차된 KTX 객실 내부에서 코레일 작업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실내에서의 냉방기(에어컨) 사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속철도(KTX·SRT)를 비롯한 열차 내에서의 에어컨 사용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는데 열차에서 에어컨을 켤 경우 공기 중에서 비말이 기류(바람)에 날려 더 멀리 전파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창문을 닫고 밀폐공간에서 에어컨을 사용할 땐 오염된 공기가 실내(차내) 바닥 등에 오랜 시간 머무를 가능성도 크다.



열차내 에어컨 사용지침 없어…"마스크 착용 강력 권고"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코레일)는 열차운행 중 실내온도가 22도가 넘을 땐 승객요구에 따라 승무원이 판단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열차내 에어컨 가동일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SRT(수서고속철) 운영사인 SR도 승무원이 검표 등을 위해 객차를 돌면서 실내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열차 내에서의 에어컨 사용지침이 별도로 나온 건 아직 없다"며 "일단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자의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통해 차내에 퍼지더라도 마스크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겠다는 취지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운행하는 KTX·SRT는 환기도 쉽지 않다. 역에 정차했을 때 환기를 잠깐씩 하는데 이 때에도 자연 환기가 아니라 내부공기와 외부공기가 반반씩 섞여 환기가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열차 운행 중 환기는 어렵다"며 "정차 때 환기를 해도 에어컨 장비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외부공기로만 100% 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방역 관점에서만 보면 실내에서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무더운 날씨에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온열질환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에어컨이 켜진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차량 내에서 에어컨이 작동할 때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것도 최대한 자제해야 감염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방역당국, 여름철 실내환경 방역지침 마련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5일 교통분야 방역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의 마스크 착용 △버스·택시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승차 거부 허용 △철도·도시철도 승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검토 △모든 항공사의 국제선과 국내선 마스크 착용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에어컨을 사용하면 기류에 따라 바이러스가 더 멀리 날아 갈 수 있다"며 "자연환기가 쉽지 않다면 바람의 방향을 바꿔주는 기류변환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방역당국은 에어컨 사용 환경을 비롯한 여름철 실내 환경 방역지침 마련해 이날 중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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